수업공개방법, 이대로는 안된다

2009.11.05 09:40:00

내년부터 모든교사는 학기당 두번의 공개수업을 해야한다. 대상은 당연히 학부모이다. 학부모는 이를 토대로 평가를 하게 될 것이다. 수업공개주간이나 수업공개일을 정해서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학부모는 교원평가의 일환으로 참관록을 작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교원평가의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교사들은 수업을 잘하기 위해 여러가지 묘안을 짜낼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문가가 아닌 학부모들이 수업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하지않는 여러가지 묘안을 짜내야 잘 한 수업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안대로 시행이 된다면, 학부모들의 수업참관이 교원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인데, 여기에 매우 큰 헛점이 있다. 교과부에서 제시한대로 수업공개주간이나 수업공개일을 통해서 공개수업을 한다면 기술적으로 같은 학부모들이 평가를 할 수 없을 것이다. 교사에 따라서 수업을 참관하는 학부모들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다른 학부모들이 평가를 한 자료를 가지고 어떻게 객관화할 수 있겠는가. 똑같은 평가단이 평가를 해야 객관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수업을 참관하는 학부모가 각기 다른 상황에서 평가가 실시되면 그 평가가 객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 결과를 교원평가에 반영하면(교과부에서는 교원평가의 일환으로 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교원평가에 반영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교사마다 다른 학부모들이 평가를 하기 때문에 객관성을 확보할 수 없다.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평가단이 따로 구성되어 평가를 해도 수업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려스러운데, 아무나 수업을 보고 아무나 수업을 평가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방법인가에 대한 깊은 의구심이 생긴다. 어떻게 이런 발상이 나오는지 도무지 이해할수 없다. 이렇게 하여 교사들에게 경쟁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 목적인듯 싶은데, 경쟁이전에 더 큰 문제들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학부모들이 요구하면 한번 더 공개수업을 하도록 한다는 것도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1년내내 수업공개에 시간을 보내야 할 뿐 아니라, 언제든지 수업공개를 요구할 수 있어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학부모들이 학교에오면 더욱더 수업분위기를 흐리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의 수업공개의 날을 운영하면서 느낀 것이다. 따라서 학부모가 처음 한 두번 공개수업을 참관하면 학생들이 수업분위기를 잘 이어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평소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높다. 결국 수업은 수업대로 잘 안되고, 학부모는 그 수업을 표면적으로만 평가하게 될 것이다.

또하나 학부모들 대부분이 수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고 볼때(물론 전문가 이상의 학부모도 있을 수 있지만 전문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수업의 질 보다는 표면적인 내용만으로 평가를 할 수 있다. 결국 질적인 측면이 도외시되는 평가결과가 나온다면 학부모와 교사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수업공개의 횟수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매년 단 한번의 공개가 이루어지더라도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질적인 수업을 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횟수를 늘린다고 모든 것이 한꺼번에 해결되고 교사들의 전문성이 신장된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횟수를 정하기보다는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연간 1-2회 실시되는 수업공개의 날을 더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수업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 자율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것을 강제로 추진한다는 것이 결국은 학교교육의 자율화를 막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횟수에 매달리지 말고 질적인 수업공개를 위한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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