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거품현상 빨리 개선하자

2009.11.06 08:43:00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것, 학교에서 성적이 상위권에 들지 못하는 것을 고민하지 말고 내가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노력을 할 만큼 했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비관할 일도 아니다. 내게 주어진 달란트가 다른 곳에 분명히 있을 것이다. 운동신경이 발달했다든지 기계를 다루는 솜씨가 남다르든지 혹은 사교성이 있어 장사 수완이라도 있을 것이다. 그 길을 찾아가면 된다.

공부가 중요하긴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세상엔 고급관리도 필요하고 학자, 의사, 변호사도 필요하지만 구두수선공, 보일러공, 세탁소 직원, 구두 닦는 사람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단히 중요한 사회 구성요원이고 대단히 소중한 인적 자원이다. 건물에 청소하는 아줌마가 없다고 생각해보자. 거리에 미화원이 없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구호로만 존재해선 안 된다. 실제로 모든 직업은 이 사회를 위해 존재하고 모든 직업은 세상에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근면하고 성실하게 사회에 봉사하는 직종엔 합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학벌 위주로 상향 조정된 임금체계가 개선되어 어떤 직종이라도 그 노력과 수고에 상응하는 임금체계가 학립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 '공부'라고 하면 학과공부만을 지칭하게 되었다. 인사 잘 하는 것도 공부요, 친구 잘 사귀는 것도 공부다. 따뜻한 마음 봉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도 소중한 공부다. 근면하고 성실한 생활 태도, 어른을 공경하는 태도, 여가를 효율적으로 보내는 방법을 익히는 것도 중요한 공부다. 학과 공부 잘해 좋은 직장만을 추구하는 것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종종 천재 하나가 수백만을 먹여 살린다는 황당한 얘기를 듣게 된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에디슨 한 사람 키우기 위해 수십만 명이 희생해도 좋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이렇게 전 국민이 공부에 시달리고 공부공해에 속수무책이 되어야 에디슨 한 사람 키워낸다는 것인가? 에디슨 한 사람 키워내기 위해 수십만 명 모두를 경쟁시켜야 한다는 것인가?

천재는 천재가 가야 할 길이 있다. 그 길로 안내하면 된다. 보통 사람에겐 보통사람이 가야 할 길이 있다. 그길로 안내하면 된다. 천재더러 보통사람 가는 곳으로 안내 하는 것도 잘못이고 보통사람에게 천재들의 길로 안내해도 소용없다. 우리는 지금 보통 학생들에게 젖먹이 때부터 천재의 길로 가라고 강요하고 떠미는 교육을 하고 있다. 보통 재주를 타고 난 아이가 떠민다고 천재가 될 리는 없지 않겠는가?

어느 학생 집단에 천재적인 사람 한두 사람 있다고 하자. 금방 눈에 띄고 발군의 실력을 발휘할 것이다. 성적 지상주의 풍조에선 더욱 그렇다. 그는 일찍부터 학교에서 가정에서 영웅이 된다. 그런 분위기를 타고 승승장구하여 상이란 상은 다 타고, 일류대로 진학한다. 그리고 어떻게 되느냐? 인류를 위해서 봉사하고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리는 게 아니라 오직 제 재산 불리기에 바쁘다면? 그것은 공교육의 역할이 아니다.

이런 무가치하고 허망한 일에 백년지대계라는 막중한 사명을 띤 교육계가 모든 노력과 정성을 기울인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허깨비에 홀려 있는 것이다. 헛된 곳에 모든 노력을 투자한 것이다.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교육은 이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 교육을 해야지, 특목고에 몇 명 입학시키느냐, 일류대에 몇 명 입학시키느냐에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국민 몇 %가 대학을 다닌다는 허상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때로는 그것을 세계적인 자랑거리처럼 얘기하는 걸 듣게 된다. 중고등학교 교육 내용이면 세상 사는데 지장이 없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다. 불필요한 대학을 가려고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간판을 따기 위해서다. 간판을 따둬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사행심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결혼도 못하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판 값이 너무 비싸지 않은가? 수천만 원 학자금에 4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해 별 신통하지도 않은 간판 하나 따들고 나오는 것이다. 누가 이런 구조를 만들었는가? 기성세대가, 정치권이, 이런 못된 구조를 만들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엄청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모든 것은 희소성을 잃으면 가치는 떨어지고 만다. 누가 대학 졸업장을 높게 쳐주는가? 공장에서 대량 출하된 상품처럼 거들떠보지도 않는 졸업장이 사회에 넘쳐날 뿐이다.

쓸모없는 대학 졸업장이 장롱 속에서 세월에 빛만 바래고 있다. 교육의 거품 현상도 빨리 개선해야 한다.  몇 %가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세상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 손실만 가져온 투자가 아닌가? 보상도 없는 보험에 막대한 돈과 시간을 쏟아 부운 꼴 아닌가?

사회는 천천히 변화한다. 역사는 사필귀정으로 흘러가지 않던가? 독재자는 파멸하고 부정부패는 반드시 심판을 받는다. 이제 터무니없는 사교육 열풍, 간판에 불과한 대학 졸업장, 혼란만 더 가져오는 학벌지상주의가 잦아들 때도 되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면 이제 얻을 만큼 교훈도 얻었을 것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성숙한 사회를 만든다. 이제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 그래야 서서히 사회가 안정되어 갈 것이다.

대학이 학문만 하는 곳이 아니라 기능인을 길러내는 곳이란 인식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미흡하다. 직업교육을 시키는 사교육 기관이 오히려 신뢰할 만하다. 그릇된 풍조 때문에 간판을 따기 위해 대학을 가려고 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저렴하게 기술을 익힐 교육기관도 많은데 대학을 고집하게 만드는 이유다. 내 자녀가 갈 길은 얼마든지 있다. 꿈을 버리라는 얘기가 아니다. 내 자녀에게 진정한 자기 길을 찾아주자는 것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최일화 시인/2011.8 인천남동고 정년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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