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옥천! 금강의 맑은 물이 만든 옥답에서 포도를 생산하는 옥천은 경부고속도로와 4번 국도가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누구에게나 소중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풍경화처럼 아름답게 표현한 향수. 옥천은 섬세한 언어로 한국현대시를 이끈 정지용 시인이 태어난 곳이라서 더 자랑스럽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IC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바로 굴다리를 지난다. 이곳부터가 한때는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던 옥천 구읍이다. 영화촬영지를 옮겨놓은 듯 옛 모습 그대로인 구읍은 옛 집과 좁은 골목에서 도란도란 옛 이야기가 들려와 문학기행이나 문화유산을 찾는 여행길을 즐겁게 해준다. 이곳에 죽향초등학교,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 옥주사마소, 옥천향교가 이웃하고 있어 여유를 누리며 돌아보기에 좋다.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이한 죽향초등학교에서 역사 유물들을 찾아보자. 입구의 정지용 시비와 육영수 여사 휘호 탑은 두 분이 이곳 졸업생임을 알려준다. 옥천교육역사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옛 교사는 등록문화재이고 절터에서 옮겨온 죽향리사지 삼층석탑은 충북문화재자료이다.
정지용 생가의 모퉁이에 '향수'의 전문을 읽어볼 수 있는 시비가 있다. '지용유적 제1호' 청동명패가 걸린 생가를 둘러보면서 이념논쟁과 현대화의 물결에 시인의 유품과 실개천이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한다.
동상 뒤편에 문학전시실, 문학체험실, 영상실에서 여러 가지 체험을 즐기며 시인의 삶과 문학을 이해할 수 있는 문학관이 있다. 시인은 1902년 이곳에서 태어나 12살에 결혼을 하고, 동경유학시절인 22살에 향수를 썼다. 정지용 사이버문학관(http://jiyong.kr)은 시인이 남긴 흔적들이 우리 문학사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전국에 몇 곳 남아있지 않은 옥주사마소(충북유형문화재)는 문학관에서 150여m 거리에 있다. 대표적인 유림 집합소로 친목도모와 정치 토론이 활발했던 사마소가 옥천에 과거 급제자가 많았음을 증명한다.
사마소에서 육영수 여사 생가로 가는 길가에 홍살문과 하마비가 세워져 있고 골목 끝으로 '명륜당'의 현판이 보인다. 웅장한 목조 건축물 명륜당은 조선 태조 때 처음 건축된 옥천향교(충북유형문화재)의 정문으로 외삼문과 강당의 기능을 겸한다. 명륜당과 내삼문을 지나면 홍도당과 대성전을 만난다.
선비들이 마셨던 고택밀주를 생산하는 춘추민속관과 육영수 여사의 생가도 구읍에 있다. 하룻밤 묵고 싶은 춘추민속관은 한옥마실 음악회를 개최하며 전통 풍류음악을 널리 알리는데 조선 후기의 부잣집 건물인 육영수 여사 생가는 공사 중이라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구읍을 조금만 벗어나면 바로 대청호반이다. 보은 방향으로 옛 37번 국도를 달리다 석호리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호수의 풍광을 구경하면서 청풍정을 찾아간다. 청풍정에 올라서면 호수 둘레의 풍경이 수면에 그대로 펼쳐져 절경이다. 바로 옆에 갑신정변을 일으켰던 김옥균과 기생 명월이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전해오는 명월암이 있다.
하늘을 닮은 호수를 바라보며 깨끗한 물과 울창한 숲,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낼 밤풍경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