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공모제 속도조절 필요하다

2009.12.14 08:54:00

교과부는 현재 자율학교를 중심으로 일부학교에서 시범운영 중인 교장공모제를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도입할 수 있도록 ‘교육공무원법’ 및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교장공모제는 기존의 승진 명부의 순위에 따른 교장임용에서 벗어나서 교장자격증 소지자에게 공모에 응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교장자격증 소지자간의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한 학교에서 장기간 근무를 하도록 하여, 교장의 학교경영 책무성 강화와 함께 교장의 능력발휘기회를 제공하여 공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미 교장공모제는 2007년 9월 1차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2009년 9월 5차 시범운영을 실시하여 현재 총 392개의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내용은 학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교장 공모제 실시를 임용권자에게 요청할 수 있으며, 공모교장의 임기는 4년으로 하되, 이 기간동안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전보나 파견등을 금지하고 있다. 공모교장의 동일학교 재임기간을 제한하지 않은 부분도 눈에 띄는 부분으로 한 학교에서 장기근무가 가능하도록 했다. 공모교장의 임기만료시에는 임용직전 직위로 복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일반학교의 공모교장은 교장자격증 소지자에 한해 지원할 수 있으나, 자율학교는 교장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경우도 연수를 통해 교장 자격증을 부여하도록 하여 일반학교와는 공모제에서 차별화하도록 하였다. 교장연수도 현행보다 비율을 높여 교장들간의 경쟁을 유도하도록 하였다. 앞으로 교장공모제가 자리를 잡으면 현재의 승진명부에 의한 교장들과 치열한 경쟁이 유발 될 것으로 보인다.

교장공모제의 기본취지는 역시 경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교장이 되어 근무한 후 퇴직을 하는 현재의 구조에 일대 변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공모기간은 4년이지만 잘 만 한다면 계속해서 교장으로 근무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학교경영을 잘해서 학교운영위원회의 신임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다면 승진교장의 8년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경쟁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변해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장점도 많고 취지도 좋은 교장공모제 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교장승진 시기가 빨라지면서 8년을 교장으로 재직한 후에도 정년까지는 몇년이 더 남는 경우가 많다. 잔여 정년을 교육청 등으로 들어가서 전문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제는 그 대상자가 너무 많아서 그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이런 사정때문에 교장 공모제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떠돌고 있다.

특히 현재 재직중인 교감들을 중심으로 이런 의혹이 퍼져나가고 있다. 즉 8년을 하고도 정년까지 잔여기간이 남는 경우는 교사출신 교장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전문직 출신의 교장들이 대부분 해당되는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물론 의혹은 의혹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지만 전혀 타당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닌듯 싶다.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전문직에서 이런 안이 나왔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면 교감들의 이런 우려가 신빙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 중에 단 1%라도 염두에 두었다면 의혹의 대상이 된다. 갑작스런 공모제확대로 인해 일선학교의 교감들이 불안감을 가진다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댓가로 교감이 되었다면 이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교장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야 한다. 물론 공모교장으로 진출할 수 있겠지만 전문직을 거친 수많은 경쟁자들을 쉽게 물리치고 교장이 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른바 교육청이나 교과부에서 오랫동안 재직한 교육관료 출신과 경쟁에서 쉽게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장 공모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학교운영위원회 이기에 더욱더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학부모들이 다 그런것은 물론 아니지만, 많은 학부모들은 학력과 과거의 경력을 따지기 때문에 교사출신으로 교감이 된 경우는 경쟁이 그만큼 버거운 것이다. 교감들의 불안감과 불평을 어느정도는 이해를 해야 한다. 현직 교장들이야 이미 교장이 되었기 때문에 이 문제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나 교감들은 위치가 위치인 만큼 괌심도가 매우 높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교장공모제의 갑작스런 확대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교장 공모제는 한꺼번에 비율을 확대하거나 누구를 위한 확대라는 의혹을 없애는 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많은 정책들이 일시에 바뀌지 않고 서서히 바뀌는 것처럼 교장 공모제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여기에 한가지 더 염두에 둘것은 일정비율 이상으로는 공모제를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모제의 강점이 능력있는 교장임용에 있다고 하지만 그 외에 교장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많은 교감들도 능력으로 치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속도조절과 융통성이 함께 발휘되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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