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도 의사 표현의 중요한 수단이다. 발음이 어긋나면 정확한 의사 전달이 불가능하다. 그 중에 겹받침 발음은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겹받침은 주로 고유어에 존재한다. 우리 국어에서 겹받침은 ‘ㄳ, ㄵ, ㄶ, ㄺ, ㄻ, ㄼ, ㄽ, ㄾ, ㄿ, ㅀ, ㅄ’으로 모두 11개다. 국어에서는 지역적 차이로 인한 사투리가 존재하듯이 겹받침의 발음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표준어 규정에는 표준 발음법을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규정을 보면,
제10항 겹받침 ‘ㄳ’, ‘ㄵ’, ‘ㄼ, ㄽ, ㄾ’, ‘ㅄ’은 어말 또는 자음 앞에서 각각 [ㄱ, ㄴ, ㄹ, ㅂ]으로 발음한다.
넋[넉] 넋과[넉꽈] 앉다[안따]
여덟[여덜] 넓다[널따] 외곬[외골]
핥다[할따] 값[갑]
다만, ‘밟-’은 자음 앞에서 [밥]으로 발음하고, ‘넓-’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넙]으로 발음한다.
(1) 밟다[밥:따] 밟소[밥:쏘] 밟지[밥:찌]
밟는[밥:는→밤:는] 밟게[밥:께] 밟고[밥:꼬]
(2) 넓-죽하다[넙쭈카다] 넓-둥글다[넙뚱글다]
이 규정을 다시 설명하면 두 개의 자음으로 된 겹받침 가운데, 어말 위치에서 또는 자음으로 시작된 조사나 어미 앞에서 ‘ㄳ’은 [ㄱ]으로, ‘ㄵ’은 [ㄴ]으로, ‘ㄼ, ㄽ, ㄾ’은 [ㄹ]로, ‘ㅄ’은 [ㅂ]으로 발음한다는 것이다. ‘몫[목], 얹다[언따], 얇다[얄:따], 훑다[훌따]’는 이 규정에 따라 발음한다. 이는 모두 앞에 놓은 자음이 살아나고 뒤에 오는 자음은 사라졌다. 이 중에 ‘넋과[넉꽈], 앉다[안따], 넓다[널따], 핥다[할따]’는 자음 앞에서 된소리 발음이 난다. 이는 앞에 있었던 자음이 사라지면서 영향을 끼친 결과다.
‘다만’ 규정도 주의해야 한다. ‘ㄼ’은 일반적으로 ‘여덟[여덜]’처럼 [ㄹ]로 발음한다. 하지만, ‘밟-’은 자음 앞에서 ‘밟다[밥:따]’라고 [ㅂ]으로 발음한다. 또 ‘넓다[널따]’ 경우도 [ㄹ]로 발음하지만, ‘넓-죽하다[넙쭈카다]/넓-둥글다[넙뚱글다]’는 [넙]으로 발음한다. 이 경우는 앞에 규정과 달리 모두 뒤의 자음을 발음한다. 흔히 ‘밟다’를 [발:따], ‘넓-죽하다’를 [널쭈카다]라고 하는데 이는 표준 발음법에 어긋난 것이다.
그리고 ‘넓-죽하다’와 ‘넓-둥글다’는 단일어가 아니라는 점이 특이하다. 특히 이렇게 파생어나 합성어가 [ㄹ]로 발음되는 경우는 아예 ‘널따랗다, 널찍하다, 짤따랗다, 짤막하다, 얄따랗다, 얄찍하다, 얄팍하다’ 등과 같이 표기하도록 한글맞춤법 제21항에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형용사 ‘넓다. 짧다, 얇다’와 관련이 있는 단어이므로 원형을 밝혀 적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현행 한글 맞춤법에서 위의 ‘널따랗다~’의 단어들은 겹받침의 발음 문제와 결부되어 표기한다. 즉, 겹받침에서 뒤 자음이 발음되면 그 어간의 원형을 밝혀 적지만, 발음되지 않으면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참고로 ‘굵직하다/굵다랗다, 넓적하다’는 제1음절의 발음이 각각 [국, 넙]이 되어 겹받침 [ㄺ, ㄼ] 중에서 겹받침의 두 번째인 ‘ㄱ, ㅂ’이 발음되고 있다. 그래서 이는 어원을 알 수 있도록 그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
제11항 겹받침 ‘ㄺ, ㄻ, ㄿ’은 어말 또는 자음 앞에서 각각 [ㄱ, ㅁ, ㅂ]으로 발음한다.
닭[닥] 흙과[흑꽈] 맑다[막따]
늙지[늑찌] 삶[삼:] 젊다[점:따]
읊고[읍꼬] 읊다[읍따]
다만, 용언의 어간 발음 ‘ㄺ’은 ‘ㄱ’ 앞에서 [ㄹ]로 발음한다.
맑게[말께] 묽고[물꼬] 얽거나[얼꺼나]
제11항 역시 겹받침에 대한 규정이다. 여기서는 제10항과 달리 모두 뒤의 자음을 발음한다. 즉 ‘칡[칙], 앎[암], 읊고[읍꼬]’는 ‘ㄹ’을 탈락시키고 [ㄱ, ㅁ, ㅂ]으로 발음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용언의 어간 발음 ‘ㄺ’은 뒤에 오는 자음에 따라 두 가지로 발음한다. ‘막다[막따], 늙다[늑따]’는 [ㄱ]으로 발음하고, ‘맑게[말께], 늙게[늘께]’는 [ㄹ]로 발음한다.
제14항 겹받침이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뒤엣것만을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이 경우, ‘ㅅ’은 된소리로 발음함.).
넋이[넉씨] 앉아[안자] 닭을[달글]
젊어[절머] 곬이[골씨] 핥아[할타]
읊어[을퍼] 값을[갑쓸] 없어[업:써]
제14항 겹받침 규정은 뒤 음절 첫소리와 관련이 있는 발음 규정이다. 즉 겹받침이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뒤엣것만을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 ‘앉아[안자], 닭을[달글], 젊어[절머], 핥아[할타], 읊어[을퍼]’가 그 예다. 이 규정은 뒤엣것만을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자연스럽게 발음하는 것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두 자음 중에 뒤에 오는 ‘ㅅ’은 ‘넋이[넉씨], 곬이[골씨], 값을[갑쓸], 없어[업:써]’처럼 된소리로 발음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