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청주삼백리회원들이 대청호반에 위치하고, 물줄기상 청남대와 가까운 문의면 문덕리 일원으로 답사를 다녀왔다.
답사는 문의에서 회남방향으로 509번 지방도로를 달려 문덕교를 지난 고갯길에서 시작했다. 말봉으로 향하는 산길은 초입부터 산불감시초소까지는 오르막이 가파르다. 초소를 지키고 있던 마을의 어른으로부터 배를 타고 강 건너로 장보러 다니던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사방이 훤히 보이는 감시초소에 올라가 눈에 들어오는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감시초소에서 가까운 거리부터는 평지길이 이어지는데 절리현상에 의해 칼로 자른 듯 네모나게 절단된 바위들을 만난다. 답사나 산행을 하다보면 장애물들이 가려 사진 찍기가 어렵다. 더 멋진 장면을 잡아내기 위해 나뭇가지에 올라간 김춘곤 안내대장의 열정이 놀랍다. 산 아래로 내려서니 경치가 좋은 물가에 진주 강씨 문중의 묘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그 앞 대청호에서 은빛물결이 반짝인다. 무덤 아래 넓은 공터에 집터, 돌담, 우물 등이 남아있어 수몰전의 문덕리 자리임을 알게 한다.
집터를 지나 다시 산길을 오르면 말봉에 도착하지만 잡목들이 시야를 가린다. 앞으로 가면 호수가 길을 막아 묘암천이 대청호와 만나는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호수의 물길이 먼 곳까지 보이는 물가에서 막걸리를 반주로 점심을 먹었다.
옛 문덕리 마을 터를 지나 호반 길을 따라 걸었다. 문덕리로 가다보니 물위에 고기잡이배가 떠있고 가까운 곳에 널따란 습지가 있다. 몇 호 되지 않는 마을이지만 야트막한 지붕에 돌기와를 얹거나 흙벽돌이 그대로 드러난 집들이 농촌사람들의 가난한 살림살이를 대변한다.
마을에서 올라서면 염티삼거리와 가까운 509번 지방도로다. 청남대가 개방되기 전에는 검문소가 있어 민간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곳이 염티삼거리다. 우스꽝스러운 사연을 알지 못하는 시내버스가 염티삼거리를 향해 힘차게 달려간다.
문덕교 옆에 차를 주차시키고 대청호로 흘러드는 묘암천을 둘러보기로 했다. 날씨가 풀지자 솜털이 목화송이를 닮은 버들강아지들이 물가에서 봄을 알린다. 여러 명이 물가에 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금강유역 지킴이를 하시는 분이 하천으로 내려와 신원을 확인한다.
일행 중 한 명이 "물고기들이 많았던 곳인데 어디로 사라졌는지 물고기를 구경할 수 없다"고 하자 지킴이 교육을 2박 3일 다녀오는 동안에 누가 은행을 씻어갔는데 그 후 이곳의 물고기들이 모두 사라졌단다. 식수같이 소중한 게 어디 있는가. 하찮은 개인의 욕심이 상수원을 오염시킨 현장을 보고 있노라니 왠지 씁쓸했다. 다 같은 마음으로 상수원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