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만 투혼을 발휘하자꾸나!

2010.03.14 22:14:00

3월이 시작된 지도 벌써 보름 가까이 흘렀구나.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구나. 세상사 돌아가는 소식은 가끔 인터넷 뉴스로만 확인할 뿐이지 선생님들의 관심은 온통 너희들에게 쏠려있단다. ‘설마 그럴라구요?’라고 의구심을 가질지 모르지만, 너희들이 직접 보면 알 것이다. 아홉 분의 담임선생님들은 매일 학교에서 너희들과 함께 하고 있단다. 너희들 상담 자료 만들고 성적 분석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길로 안내할 지 늘 고민하고 있단다.

이렇게 너희들과 묻혀 살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것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가족들과 얼굴 마주할 시간은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너희들의 인생길에 안내자가 될 수 있고 때로는 동반자가 될 수 있음에 감사하단다. 선생님들도 치열한 입시 전쟁에 나선 상황이기에 긴장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너희들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밤을 밝히며 책장을 넘기는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얻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단다.

사람은 어떤 상황과 위치에 놓이더라도 버릇처럼 감사하면서 생활하면 그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비록 몸은 피곤하지만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너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구나. 너희들이 공부하고 있을 때 선생님들은 복도에서 너희들을 지켜보면서 때로는 졸거나 잡담하는 녀석에게는 엄하게 꾸짖고 질책하지만 사실 속마음은 그렇지 않단다. 어미닭이 병아리를 품듯 그저 너희들은 소중한 인연으로 만난 우리들이 돌봐야할 귀한 사랑이기 때문이란다.

사흘 전에 본 전국연합모의고사 성적 때문에 혹시 고민하고 있는 녀석은 없는지 걱정스럽구나. 3학년 올라와서 처음 본 시험이기 때문에 그만큼 기대도 많이 했을 것이고 그래서 최선을 다했겠지만 생각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실망이 클 수도 있을 게다. 상대적으로 성적이 오른 녀석은 열심히 하니까 되는구나 하는 자심감이 들었겠지. 그래 어떤 경우든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은 오직 하나. 실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데 있단다. 물론 연습이 곧 실전이라는 말도 있지만 공부라는 것이 그저 며칠했다고 해서 당장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란다. 적어도 몇 달 동안 쌓이고 쌓여서 그것이 실력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실망할 필요는 없단다.

시험의 목적은 사실 수치화된 성적보다도 자신의 단점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란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고 그래서 무엇을 보완해야할 지를 알려주는 것이 바로 시험이란다. 따라서 모의고사 성적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단다. 그저 시험을 통하여 드러난 단점을 고치고 또 보완하기 위하여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단다. 모의고사가 끝난 날 저녁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오답노트를 정리하는 너희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단다.

그래 우리는 앞으로도 더 많이 넘어지고 깨지고 또 때로는 그 아픔 때문에 눈물을 쏟아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선생님들은 너희들이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단다. 너희들이 지금까지 생활해 오면서 주변으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았다면 그것이 곧 너희들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가 되고 그래서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할 오기가 되는 것이란다.

이제 선머슴처럼 투박하던 겨울이 서서히 꼬리를 감추고 고양이 솜털처럼 포근한 봄이 다가오고 있단다. 그 봄을 즐기기에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구나. 지금 이 순간, 헛되이 보낸 시간은 남은 인생에서 수 십배 아니 수 백배 이상의 고통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긴 인생길을 놓고 보면 지금 이 순간이 비록 어렵고 힘들어도 그것이 바로 약(藥)이 되는 지름길이라고 얘기할 수 있단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혹시 지난 겨울에 다부지게 마음먹었던 각오가 봄눈 녹듯 사그라질 지 모른단다. 공부는 자신과의 싸움이기에 마음이 약해지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란다. 지금 이 글을 보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기 바란다. 전국의 65만명 수험생 모두가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을 게다.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마음이 무너지며 경쟁의 대열에서 이탈하는 아이들도 늘어날 것이다. 그렇지만 너희들은 단 한 사람도 그런 허약한 마음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너희들은 大서령인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또 출발해 보자꾸나. 지난 번에도 말했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지금 이 순간 너희들 곁에 있는 선생님들만큼은 변함없는 후원자가 되어 안내할 것이다. 무엇이 두렵니? 강력한 후원군이 되어 안내할 선생님들이 당당하게 버티고 있는데. 선생님들은 너희들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온몸을 던져 그 어려움을 함께 나눌 것이다.

어떤 난관이 부닥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 그것을 우리는 투혼(鬪魂)이라 부른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겠니. 두 말할 필요없이 바로 이 투혼(鬪魂)이란다. 너희들이 품었던 그 소중한 꿈,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단다. 그래서 우리는 이 순간, 비록 좁고 따분하고 그래서 답답하기까지 한 교실 한구석에서 소리없이 책장을 넘기고 있지만 그것은 머지않아 내가 꿈꾸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자, 이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보자꾸나. 무엇으로? 그래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투혼(鬪魂)'으로 나를 불태워보자 꾸나.
최진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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