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비율을 높인다고 해결되나

2010.03.14 22:30:00

서울시교육청 발 인사비리로 인해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물론 청와대에서도 교육비리를 뿌리뽑기 위한 대책 수립에 나서고 있다. 교사들은 '그동안 숨겨져 있던 교육비리가 드디어 터졌다. 이미 터진 것이기에 철저한 조사를 통해 비리를 뿌리뽑아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참에 인사구조 개편 등 확실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비리의 근간은 인사비리다. 전문직들의 탄탄한 승진구조로 인해 그 길로 들어서려는 과정에서 비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인사 제도 개편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한다. 인사비리가 더이상 발붙일 곳이 없도록 근본부터 손을 보는 것이 옳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아무런 잘못없이 열심히 근무한 전문직들에 대한 대책도 함께 세워져야 한다. 무조건 희생을 강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인사비리를 뿌리뽑기 위해 교장공모제의 비율을 현재보다 높여서 10%선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50%까지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접했다. 교육장도 공모를 통해 뽑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비리를 뿌리뽑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이야기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 공모제가 100% 비리를 뿌리뽑을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그로 인한 부작용이 또 다시 터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공모제로 돌린다고 해서 신선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교장이나 교육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결국 그 사람이 그 사람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현재처럼 교장공모제에 학교운영위원회가 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학부모들은 일단 교장을 뽑기 위해서 화려한 경력을 요구한다. 교육청 등에서 장학사나 장학관으로 오랫동안 재직했던 전문직과 일선학교에서 학생들을 오랫동안 지도해온 교사출신과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학연, 지연 등이 묶인다면 교장공모제는 더 큰 비리를 가져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따라서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안이 될 수 있지만 그 쪽으로 매달리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이주호 교과부 차관의 '수석교사가 장학관이 되도록 하겠다'는 안은 그래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장, 교감을 하기위한 욕심이 앞서기에 인사비리가 발생한다고 보면 수석교사처럼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이 교육청에 들어가서 정책입안등을 할 수 있다면 충분히 호응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교장, 교감이 되기 위한 불필요한 욕심이 없기에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릇을 바꿔 담는다고 다른 음식이 되지 않는다. 공모제를 확대, 전문직 출신들이 대거 진출하게 된다면 결국 교사 출신의 승진을 철저히 막게 된다. 여기에 임기 규정이 없는 공모교장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공모제를 높이는 것보다는 현재처럼 전문직에서 교감, 교장으로 자유롭게 전직할 수 있는 구조를 고쳐야 한다. 일단 전문직이 교감, 교장으로 전직을 하게되면 전문직의 높은 직급으로 더 이상 전직하는 것을 구조적으로 막아야 한다. 이렇게 한 후 전문직만의 장점을 철저히 제한해야 한다. 교감이 되어도 계속해서 전문직 시절의 점수를 그래도 인정하는 것도 고쳐야 한다. 교감이나 교장이 된 후에는 교사출신 교감, 교장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전문직 출신의 잇점을 그대로 둔다면 인사비리 문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당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전문직에서 교감으로 나올 수 있는 시기도 더 늦춰야 한다. 전문직으로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전문직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교장, 교감으로 전직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교육전문직과 교육행정직간의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시간만 지나면 전직하기 때문에 전문직을 무시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공모제 확대와 교육비리 근절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전문직의 인사구조를 개편해야만이 비리가 근절될 수 있다. 수석교사를 잘 활용하는 것도 비리근절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무조건 공모제를 확대하는 것에는 반대의 입장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전문직에 대한 인사시스템 개선, 공모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제시 등이 필요하다. 아울러 교장 단임제도 검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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