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멀미’는 ‘뱃멀미’가 바른 말

2010.03.23 10:48:00

일요일 저녁, KBS 2TV에서는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을 한다. 이 프로그램은 전국 각지를 돌며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또 멤버들이 복불복 등의 게임을 하면서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21일엔 경남 통영 욕지도에 다녀온 이야기가 방송됐다. 욕지도는 바닷가이니 해산물이 명물이다. 특히 고등어 양식으로 유명한 만큼 고등어회가 별미다. 이날 멤버들은 고등어 잡이를 하기로 했는데, 역시 뱃멀미가 걱정이었다. 하루종일 배를 타야한다는 제작진의 엄포에 멤버들은 게임을 통해 배 탈 사람을 정했다. 바닷물로 뛰어들면 제외해주는 게임이었다. 2월 칼바람에 바닷물로 뛰어드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뱃멀미의 고통을 익히 아는 멤버들이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뛰어드는 장면이 연출됐다.
 
그런데 이날 김종민을 비롯해서 멤버들이 뱃멀미 걱정을 하는데, 제작진은 자막을 처리하면서 계속해서 ‘배멀미’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잘못이다. ‘뱃멀미’가 바른 표기다.

‘뱃멀미’는 발음할 때, [밴멀미]처럼 ‘ㄴ’ 소리가 덧난다. 한글 맞춤법 제30항에 의하면,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날 때(폐쇄시키는 음 ‘ㄷ’이 뒤의 ‘ㄴ, ㅁ’에 동화되어 [ㄴ]으로 발음된 것) 사이시옷을 붙인다. ‘멧나물, 아랫니, 텃마당, 아랫마을, 잇몸, 깻묵, 냇물, 빗물’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차멀미’는 ‘차멀미’로 발음한다. 이는 앞 단어의 끝이 폐쇄되는 구조가 아니므로 사이시옷이 붙지 않는다. ‘개구멍, 배다리, 새집[조소(鳥巢)], 머리말[서언(序言)]’도 마찬가지이다.



주변에서 사이시옷을 바르게 표기하지 못하는 단어를 열거해 보면 ‘최솟값, 최댓값, 등굣길, 하굣길, 장맛비, 처갓집, 순댓국’ 등이 있다. 이는 모두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난다. 따라서 사이시옷을 넣어야 한다.

반대로 필요 없이 한자어에 사이시옷을 붙이는 경우가 있다. ‘개수(個數), 대가(代價), 초점(焦點), 대구(對句), 마구간(馬廐間)’는 한자어이기 때문에 사이시옷이 안 붙는다. 이는 모두 우리말처럼 느껴지고 발음으로 보아도 사이시옷이 붙어야 할 것 같지만 사이시옷을 표기하지 않는다.

한자어는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지만, 두 음절로 다음 한자어는 사이시옷을 붙인다.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가 그 예이다. 이는 예외 규정이니 외어야 한다.

한자어에 사이시옷이 붙는 경우는 ‘찻잔(茶盞), 찻종(茶鐘), 찻장(欌茶), 찻주전자(茶酒煎子)’가 있다. 이는 한자어 ‘차(茶)’의 새김을 우리말처럼 인식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한자어 ‘다(茶)’와 구분해서 사용해 왔기 때문에 굳어진 표현이다.

이 밖에 우리말은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게 되면 예사소리가 된소리로 발음된다. 따라서 뒤에 된소리(ㄲ,ㄸ,ㅃ,ㅆ,ㅉ)와 거센소리(ㅊ,ㅋ,ㅌ,ㅍ,ㅎ) 표기가 있으면 사이시옷을 적지 않는다. ‘뒤쪽, 아래쪽, 위층, 뒤편, 쥐꼬리’라고 써야 한다.

‘해님’을 ‘햇님’이라는 표기하는데 이도 주의해야 한다. 사이시옷은 합성어를 이룰 때만 붙는다. ‘해님’은 ‘님’이라는 접사가 붙은 파생어이다. 따라서 사이시옷이 붙지 않는다.

방송은 전파력이 큰 매체다. 바른 언어 사용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오락 프로그램은 청소년에게 인기가 많다. 때문에 바른 언어 표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방송에서 맞춤법 표기가 잘못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다. 오직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공부를 하고, 바른 언어 표현에 앞장서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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