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뺏는 학생부 기록

2010.04.04 23:31:00

교과부의 훈령 개정으로 교과와 관련된 외부수상실적은 그 어떤 것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게 됐다. 

언론을 통해 접한 것을 종합해보면, 각종 경시대회나 외부 대회에서 약간이라도 교과와 관련된 활동으로 보이면 무조건 학생부기재를 제한하고 있다. 독서기록이나 영재학급 및 영재학교 이수실적, 선행상, 봉사상, 효행상, 모범상 등의 실적만 기재가 가능하다. 인문계열의 논술대회, 영어말하기 대회 성적과, 자연 계열의 수학·과학올림피아드, 학생발명대회 성적 등이 기재가 일절 금지되는 것들이다. 초·중·고등학교 모두에게 해당된다.
 
금지된 내용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교과와 관련이 깊어 사교육 유발이 높은 항목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과와 관련된 활동은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것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교육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면 영재교육기관에서 영재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제외한 것도 문제가 있다. 영재교육 기관에 입학하기 위해서 사교육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영재교육기관에서 영재교육을 받은 사실이 기재대상이라면 영재교육을 받기 위해 학생들이 몰려들 것이고, 이로인해 사교육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반면 금지항목 중에서 로봇조립대회나 발명대회 등은 사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여타의 대회에 비해 사교육을 유발할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것들은 수상실적 자체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대회의 난립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겠다. 수십 년을 이어온 학생발명품 경진대회가 그동안 여러가지로 국가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 순수한 창작물이라면 인정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닌가 샆다.

즉, 발명과 관련된 대회를 특허청이나 발명협회등에서 일괄적으로 주최하도록 하고, 대리 작품등을 철저히 걸러내는 장치가 필요하다. 발명에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 로봇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 온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발명이나 로봇분야는 학교성적과 관계없이 누구나 창의력만 뒷받침 된다면 참가가 가능한 분야다. 영재교육기관에서 교육받는 것이 극히 일부분의 학생들에게 해당된다면 발명이나 로봇조립대회 등의 각종 창의력 관련 대회는 그 반대가 되기 때문에 성적과 관계없이 참여가 가능하기에 기재금지 조치는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창의력 신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교육당국의 방침이다. 그렇다면 위에 언급한 것들 외에도 학생들의 창의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몇몇 대회의 기록은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해야 한다. 극히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이는 영재교육기관 이수실적만 기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만 사교육이 감소할 것이라는 의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교과와 크게 관련이 없는 사항들까지 기재가 불가능하도록 해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간다면 그동안 교과성적보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활동을 했던 학생들은 갈 곳을 잃게 된다. 결국은 또 다시 사교육을 찾게 될 것이다. 이들 학생들이 사교육에 매달리면 경시대회 등에서 발생했던 사교육보다 도리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모든 것을 기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상급학교 진학에서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재교육과 봉사상, 선행상, 모범상 등에만 매달릴 수 있는데, 이들 역시 객관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임을 감안한다면 극히 일부에게만 가능한 이야기가 된다. 나머지 수많은 학생들은 결국 내신향상이나 수능성적 향상에 올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교과와 관련없는 활동을 한 학생들만 대학입시 등의 상급학교 진학에서 우대를 받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단순히 교과와 관련이 있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생각이다. 교과와 관련된 활동에서도 사교육 유발 정도를 헤아려서 수상실적에의 기재 여부를 결정해야 옳다고 본다. 교과활동과 관련되어 있으며 명확하게 사교육유발을 할 수 있는 부분만 제한해야 한다.

사교육 문제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그 어떤 대책도 통하지 않았던 것이 사교육이다. 경시대회 등의 각종대회실적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고, 영재교육과 몇몇 수상실적만 기재한다고 사교육이 줄어들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것이 대책의 전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창의력을 가진 학생들의 창의력까지 빼앗는 교과부 훈령은 좀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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