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교장공모제 10대1

2010.04.12 11:44:00


2010년 8월말 시도별 교장 공모 예정자수가 나왔다. 그리고 교장공모제 경쟁률을 10대1로 만들기 위해 2학기 교장자격연수를 1학기로 앞당겨 자격취득자를 확보한다는 소식이다. 교과부는 올해 8월 말 정년퇴임 등으로 교장 자리가 비는 전국 768개 초·증·고교 가운데 56%에 달하는 430곳에서 교장공모제를 한다고 11일 밝혔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올해 교장자격연수 3140명, 교장 미발령자 1230명이 공모제에 응모하고 여기에 현직 교장이 가세하면 이번에 이루어지는 교장 공모제는 10대1의 경쟁률이 훨씬 넘을 거라는 소식이다.

교장공모제 50% 이상의 급격한 확대,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출발부터가 잘못됐다. 서울에서 교육비리가 터지자 교육감에게 집중된 인사권을 제한하려고 교장공모제에 접근한 것인데 원인 진단이 부정확하고 처방이 잘못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공모교장제를 한다고 교육비리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교육감의 인사권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다. 그 동안의 공모교장 선정을 보면 지연, 학연, 혈연 등 연고주의가 작용했고 설사 이것을 벗어났다고 해도 교육감의 ‘내 사람 심기‘ 내지는 ’줄서기‘가 그대로 적용되어 허울뿐인 공모제였던 것이다.

교과부는 선발 및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려고 학교 단위 심사위원회에 학교운영위원과 학부모회 임원, 외부 전문가 등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심사위원회는 교육의 전문성도 없고 결과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잘못된 교장이 부임하여 학교 교육을 망가뜨려도 속수무책인 것이다.

교장공모제 경쟁률 높인다고 우수 교장이 배출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 입학 경쟁률이 높다고 우수 졸업생이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하는 대신 교육 외적인 곳에 신경을 쓰게 만들고 있다. 내실있는 학교 경영 능력을 쌓아야 하는데 눈에 띄고 화려한 학교 경영 계획 작성, 브리핑 요령, 학교운영위원과 친분 쌓기 등 인맥관리를 부추기고 있다.

우리는 과거 교장자격연수 낙제제도를 도입했다가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유능한 교장을 배출한다고 하위 몇 %를 탈락시키려다가 연수생들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여 환자가 발생하고 심지어는 목숨을 잃는 경우가 발생하여 중단한 적이 있다.

교직인생 30여년을 순수함과 교육 열정으로 살아온 그들에게 10대1의 경쟁은 너무나 가혹하다. 제도의 정착을 위해 공모제를 점차 20% 정도까지 확대되면 몰라도 50% 이상은 무리수라고 보는 것이다. 교장공모제에 탈락한 90%의 교장 자격증 소지자에게 낙오자, 실패자, 무능력자라는 오명을 씌워 인생 루저로 만드는 불행한 사고(?)가 발생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가의 교육자에 대한 공신력에도 큰 문제다. 정부가 약속한 승진임용제의 근간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번 공모제에 응모한 사람은 기존 교장들에 비해 경력 등 스펙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장학사, 장학관 등 전문직 경력자들에게 비해 교사 출신은 아무래도 불리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밖의 문제도 있다. 공모제 선호지역, 선호학교의 경쟁 과열이 예상된다. 기존 비선호학교 발령 받은 교장들의 대거 이동 가능성이 보인다. 발령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교장이 떠날 생각부터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하는 교원들이 인사이동할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으니 교육력의 크나큰 손실이다.

그러니까 이번 교과부의 교장공모제의 급격한 확대는 전문직 인사비리로 악화된 여론을, 국민의 질타를 일시적으로 잠재우기 위해 교육을 잘 모르는 국민을 교장공모제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유인하여 국민을 호도하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현장교육을 잘 모르는 교과부가 학교현실을 도외시 한 탁상공론식 발상에서 나온 무리수라고 보는 것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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