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죄인이란 말인가?

2010.04.15 09:40:00


요즘 학교장의 위신이 말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 전문직 인사비리를 시작으로 교육계의 비리가 연달아 보도되니 교육계가 마치 부정한 집단의 소굴인 양 국민에게 비춰지고 있다. 당연히 교육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교육계의 잘못을 두둔하자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인사 청탁에 뇌물이 오갔다면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다. 학연, 지연에 뇌물고리 상납까지 이어졌으니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될만 하다.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 대부분의 교장은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 극히 일부가 거기에 해당할 뿐이다. 부정 부패의 일부분을 언론에서 크게 다루다보니 마치 교육계가 비리의 온상인 듯 비쳐지고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부정축재자처럼 취급을 받아 고개를 들기가 어렵다.

교과부는 교육비리의 대책으로 교장공모제를 이번 2학기부터 50% 이상 실시하고 경쟁률을 10대1 이상으로 만든다고 한다.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 그 영향일까? 지금 교장 연수를 받고 있는 교감들은 사기가  꺾여 연수분위기가 말이 아니게 침체되어 있다는 소식이다.

얼마 전, 수원 인근지역의 초등학교 여교장과 통화를 한 적이 있다. 전문직에도 있었고 학교 운영을 알차게 하는 분으로 알고 있다. 인격도 갖추시고 언행 또한 품격이 있는 성실한 분이다. 그 분은 전화에서 필자에게 하소연을 한다.

남편이 회사원으로 교사 시절 근검 절약해 가며 박봉에 알뜰살뜰이 모아 지금 이 정도로 살고 있는데 국민들은 그것도 모르고 교장들을 싸늘한 시선으로 본다는 것이다. 도대체 지금의 자신이 잘못한 것이 무어냐는 것이다. 동감이 가는 말이다.

필자만 해도 근검 절약이 습관화되어 있어 낭비를 모른다. 헛된 돈을 쓸 줄 모른다. 스스로 생각해도 구두쇠 같다. 자식에게 용돈 주는데도 벌벌 떤다. 학교에서 급식을 하는데도 먹을 만치 음식을 덜고 잔반을 남기지 않는다. 밥 한 톨도 소중히 여긴다. 

지금 교장, 교감, 교사들의 고개가 숙여져 있다. 교육에 자신감을 잃고 있다.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다. 교직원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열심히 학교운영을 하던 교장이 의욕을 잃고 의기소침해 있다. 정부의 잘못된 교단 죽이기 정책에 자포자기에 이른 교장도 보았다. 

학생교육에 정열을 쏟아야 하는 교장이 교육을 멀리하려 한다. 교장과 교감의 그 영향을 암암리에 교사들이 받는다. 동감하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학생교육에 열의를 쏟아붓지 않으려 한다. 교육력의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교육비리, 당연히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선량한 교원들이 도매금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빈대와 벼룩 잡느라고 집을 무너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아무리 선생님이 미워도 자식들 앞에서는 교사를 흉보거나 욕을 해서는 안 된다고. 왜? 바로 내 자식 교육을 위해서다. 학부모가 자식들 앞에서 교장의 잘못을 들추어 내고 욕을 할 경우, 교육은 이미 끝난 것이다. 존경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서는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다.

경찰, 검찰, 언론에게 부탁하고 싶다. 잘못을 저지른 교원들 소리 소문 없이 감쪽 같이 처리해 달라는 것이다. 그들을 일벌백계로 다루어도 누가 뭐라지 않는다. 요즘처럼 막무가내식으로 무자비하게 다룰 경우, 다수의 선량한 교원들이 입는 정신적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 피해는 학생에게 직접 간다. 교육에 악영향을 미친다.

젊은 시절 우리나라 근대화에 교육으로 일조한 그들이다. 선생님을 죄인 다루듯 하면 안 된다. 선생님도 스스로 존경받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선생님 존경 풍토 조성은 국가와 국민의 몫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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