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복장 점검, 지도인가 인권 탄압인가

2010.04.21 22:22:00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 조례 제정을 두고 말이 많다. 그동안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이 그늘에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기회에 학생 인권을 조례를 통해 양지로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나름대로 학생의 인권 신장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지다. 반면에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교사의 학생 지도가 위축되고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학생의 인권은 당연히 보장돼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교사의 학생 지도를 인권과 연계시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교사의 학생 지도를 인권 탄압이라는 잣대로 저항을 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많다.

흔히 교사는 수업이나 잘 하면 되지 사소한 외모까지 지도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품는다. 그러나 10대들의 맹목적인 외모 치장은 교정해 주어야 할 부분이 많다. 우선 여학생들이 화장을 많이 하고 있다. 여고생뿐만이 아니라 초등학교 여자아이들까지 짙은 화장을 하고 학교에 등교한다. 어린아이들의 화장은 불필요한 어른 흉내내기다. 또 아이들의 화장은 피부를 나쁘게 하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지 않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은 값이 싸고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라 더욱 위험하다.

학생이 반지를 착용하거나 목걸이 등의 장신구를 하는 것도 교육을 해야 한다. 몇 년 전 학교에서 선생님이 반지를 끼지 못하게 한 것을 가지고, 공부하고 상관도 없는 것을 가지고 단속한다고 교사를 비난하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반지와 목걸이는 교복 착용과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다. 가격이 비싸서 아이들에게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혹시 가격이 저렴한 것은 피부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하기에 부적합하다. 귀와 기타 신체 일부에 피어싱이라 하여 장신구를 하고 있는데, 이 또한 미관상 안 좋고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위험하고 불필요한 치장이다.

학생이 입는 교복도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교복은 학교 구성원이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는 복장이다. 교복을 통해서 구성원과 동일시 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도 남학생들은 교복을 변형해서 입어 교복으로서의 제 기능이 의심이 간다. 여학생들도 치마를 짧게 하고, 속옷이 밖으로 나와서 보기에 흉하다. 이는 아이들의 개성이라기보다는 일탈된 행동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복장 지도를 포기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즘에 ‘깨진 유리창 법칙’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복장 지도를 눈감아주면 깨진 유리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듯 학교는 걷잡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하철 낙서를 지우는 것이 주변 범죄율을 줄이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어떤 파장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 교사의 학생지도도 일정부분 이와 통하는 바가 있다. 즉, 학생의 작은 변화가 좋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철학이 바탕이 된다.

위에서 언급한 화장이나 반지, 목걸이 착용, 교복 줄여 입기는 언뜻 생각하면 하찮은 문제처럼 보인다. 오히려 교사가 아이들의 개성을 억압하고 획일적인 강요를 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실제로도 이런 것들에 대해 교사들은 은근히 지도 영역에서 밀어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런 규정은 학교의 문화다. 군대의 특수한 문화가 있듯이 학교의 건전한 문화다. 이런 문화는 특별히 버릴 이유도 없고, 지켜도 손해 볼 것이 없다.

청소년들은 더 예쁘고, 더 날씬하고, 더 섹시한 모습을 만들기 위해 소모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시간까지 많이 투자하고 있어 공부하는 시간도 빼앗기고 있다. 또 아이들의 외모 집착은 단순히 멋있게 보이겠다는 의지를 넘어서 경제적 위치나 기타 개인 간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욕심을 담고 있어 걱정이 된다. 심한 경우는 아름다움이 곧 자신감이자 경쟁의 무기라고 여기는 경우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외모 지상주의가 만연해지고, 청소년들은 성형 수술에 집착하고 있다. 외모에 구속되는 삶은 어둡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외모에 시달리면 삶은 윤기가 나지 않는다. 이러한 위험한 환상을 바로잡아 주기 위해서라도 학교에서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외모 관에 빠져 엉뚱한 옷차림새를 하고 다니는데 입을 다물라고 하는 것은 학생 지도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사람의 진가를 인정받는 것은 외모의 창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교사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고, 또 성숙한 자기만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는지 방법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잘못된 외모 가꾸기는 교사가 지도해주어야 할 중요한 영역이다. 그것이 교사가 짊어지고 있는 영역이다. 부모가 내 아이를 하나에서 열까지 돌보듯 교사는 오늘도 학생의 손톱까지 참견하고 있는 것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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