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과학고등학교 입시철이다. 원서는 학생들이 원서접수 사이트에 접속해서 작성할 수 있다. 물론 그대로 접수가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 많이 간편해졌다. 일일이 교사들이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 학생들이 작성한 것을 교사들이 검토해서 확인만 해주면 된다. 대부분의 특목고에서 시행하고 있는 원서접수 과정이다. 직접 교사들이 작성하는 것보다는 훨씬 간편해진 것이다.
필자가 수업을 담당하는 학급 학생이 대구의 한 영재과학고등학교에 원서를 제출할 예정인데, 추천서를 써줄 수 있느냐고 찾아왔다.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대답헸다. 지난해에도 영재과학고의 추천서를 써준 경험이 있기에 흔쾌히 대답을 했다. 당연히 지난해처럼 추천서 양식을 내려받아 작성한 후 인비처리하여 학생에게 주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영재과학고등학교의 '교사추천서'는 온라인으로 작성하도록 돼 있었다. 정해진 기일 내에 작성하지 않으면 원서접수에 어려움이 있었다. 보통 교사추천서는 해당 학생의 담임교사나 교과담당교사가 작성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이 온라인 상에서 학생의 원서가 접수된 후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이 과정에 문제가 있다. 교사들이 추천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일단 해당원서접수 사이트에 접속을 해야 하다. 회원가입을 하거나 주민등록번호와 성명을 입력한 후 핸드폰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핸드폰으로 인증을 받는 것이야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민등록번호와 성명을 입력해야 추천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추천서를 작성한후 그대로 온라인에 저장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작성한 추천서를 인쇄하여 서명이나 날인을 해서 학생의 제출서류와 함께 제출하도록 되어있다. 그렇다면 굳이 온라인으로 작성하도록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도리어 오프라인에서 작성한 파일을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굳이 개인정보까지 요구하면서 추천서를 온라인상에서 작성하도록 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요즈음 같은 시대에는 주민등록번호 하나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음에도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것은 원서접수를 위한 필수사항은 아니다. 물론 원서를 접수하는 학교에서는 추천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겠지만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오프라인에서 작성하여 제출하는 방법도 있는데 굳이 온라인 상에서 작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해당 학교에서는 업무처리의 효율성을 위해 그렇게 하겠지만 그것이 옳은 방법은 아니다. 가뜩이나 교원단체 가입교사명단을 공개하는 바람에 교사들이 외판원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데, 한 학생의 고등학교 원서접수를 위해 개인정보까지 입력하면서 추천서를 써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더구나 이들 원서접수 사이트는 학교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외부에 의뢰해서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언제 어떻게 내 정보가 빠져나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한다고 할 수 있지만 은행등의 금융권의 보안이 뚫리는 것이 현재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이 사이트 역시 해킹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볼 수 없다. 지난해에는 대부분의 영재과학고에서 오프라인으로 작성한 추천서를 받았었다. 올해 다른 학교의 경우는 어떤지 모르지만 학생이 원서를 내기로 한 대구의 영재과학고등학교는 온라인으로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영재과학고등학교 측에서 원서접수하는 학생들을 못믿어서 교사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것이나 추천서를 작성하는 교사가 원서접수 사이트가 불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최근에는 인터넷 사이트 가입을 잘 하지 않고 있다.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입을 하지 않는다. 언제 어떻게 내 정보가 빠져나갈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단 한 번의 추천서 작성을 위해 주민번호까지 입력해야 하는 시스템에 거부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오프라인으로 작성한 추천서를 받아서 심사를 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교사들의 개인정보를 아무생각없이 요구하는 영재과학고의 원서작성 방법의 개선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