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오는 2014년부터 초중고 학생들이 배우는 학습내용을 20% 이상 줄이는 대신 남는 시간에 창의적 체험활동을 강화하도록 수업방법을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창의성과 인성 함양을 위한 교육내용·방법·평가체제 혁신 방안'에 이런 내용을 담아 보고했다고 한다. 학습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학습내용을 20% 이상 줄이겠다는 것으로, 교과별로 중복된 내용을 하나로 통일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보인다.
2012~2013년에 교과서를 개편해 2014년부터 적용하겠다고 한다. 교과서의 내용을 줄이면 어느정 도 학습내용이 줄어들 수는 있다. 그러나 수업시간을 그대로 두고 교과내용만 줄인다고 학습부담이 경감된다고 볼 수는 없다. 더구나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으로 인해 이미 20% 증감편성이 가능한 현실을 외면한 것으로 현실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학교에 자율성을 주었지만 결국은 학부모의 요구대로 교육과정을 편성한다면 최소한 국영수에서 학습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8개 과목 이내로 축소하여 편성하도록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강제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학습부담경감과 연계시키는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즉, 과목만 줄인다고 학습부담이 경감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구매욕구가 넘치는 사람에게 일정액의 돈만 주고 구매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지 더 많은 구매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8개 과목으로 못박아 놓은 상태에서 과목별로 수업시수를 늘릴 수 있도록 했으니, 결국 학교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업시수를 늘리려 할 것이다. 학습부담이 도리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교과서의 내용 중 중복 내용을 하나로 통합한다고 시간이 남는다는 이야기도 이상하게 들린다. 남는 시간에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겠다고 했는데, 창의적 체험활동도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시간을 못박고 있다. 더구나 이 영역은 교육과정 자율화방안에 해당되지 않아서 증감 편성을 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정해진 시간만 꼭 하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어떻게 창의적 체험활동을 강화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2~3년내에 또다시 교육과정을 뜯어 고치겠다는 이야기인가 궁금할 따름이다.
또 교과별 내신평가 때 서술형 평가를 확대하고, 수행평가도 시기를 예고하고 나서 수업시간에 글쓰기, 토론, 발표 등을 관찰하는 평가로 내실을 기한다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소속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서술형평가의 확대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부담은 엄청나게 증가한 상황이다. 매 고사마다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서술형 평가이다. 올해부터는 실질적인 서술형 평가를 하겠다는 것을 이유로 논술형 평가까지 도입함으로써 학생들의 부담감이 더 늘어났다. 서술, 논술형 평가에서 만점을 획득하는 학생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만큼 학생들의 부담감이 크다.
수행평가는 이미 시기를 예고한 후 실시하고 있다. 시기를 예고하지 않고 실시하는 수행평가는 없다. 정규고사를 예고하듯이 수행평가도 당연히 예고를 한다. 별다른 개선방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현재도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든지 학생들의 학습부담은 도리어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 서술, 논술형평가에 수행평가까지 내실화를 기하기 위한 방안이 나온다면 그 방안에 맞추기 위한 부담감은 계속될 것이다. 서술형평가를 강화하여 학생들의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정규고사에서의 서술형평가보다는 도리어 수행평가에서의 서술형 평가가 강화돼야 한다. 틀에 박힌 서술형평가로 학생들의 창의력을 끌어 올린다는 것은 애초부터 어려운 주문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수업시수 감축없이 학습부담을 경감시킨다는 것은 그 자체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최소한 수업시수를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자율화방안처럼 증가는 자유지만 감축에는 자율성이 없는 것은 자율화라고 할 수 없다. 여기에 학교장의 의지 또한 매우 중요하다. 증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억지로 수업시수 증가를 고집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학생들의 학습부담경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먼저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순서가 있고 절차가 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정책이 성공하는 예는 흔하지 않다. 학습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기 전에 최소한 그와 관련된 노력이 앞서야 한다. 아무런 노력없이 여러가지가 서로 연관되어 있는 상황에서 학습부담 경감을 발표하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없을 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신뢰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좀더 신중한 검토와 실질적인 방안마련이 아쉽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