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숙이’와 ‘깊숙히’ 어느 말이 맞을까

2010.05.25 09:51:00

KBS 2TV에서 토요일 오후 6시 30분에 ‘천하무적 야구단’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이들은 그야말로 야구 실력도 형편없는 오합지졸이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이들은 힘든 훈련과 처절한 패배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이들의 목표는 사회인 최강 야구팀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목표는 불가능할 것 같지만, 이런 멤버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의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2010년 5월 22일 재방송된 프로그램도 감동적이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다가 역전을 한 경기는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그런데 이날 경기 장면을 자막처리하면서 ‘깊숙히’라는 단어 표기를 하고 있다. 이는 ‘깊숙이’기 바른 표기다. 이는 한글맞춤법 제51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51항 부사의 끝음절이 분명히 ‘이’로만 나는 것은 ‘-이’로 적고, ‘히’로만 나거나 ‘이’나 ‘히’로 나는 것은 '-히'로 적는다.

- ‘이’로만 나는 것
가붓이 깨끗이 나붓이 느긋이 둥긋이
따뜻이 반듯이 버젓이 산뜻이 의젓이
가까이 고이 날카로이 대수로이 번거로이
많이 적이 헛되이
겹겹이 번번이 일일이 집집이 틈틈이

- ‘히’로만 나는 것
극히 급히 딱히 속히 작히 족히
특히 엄격히 정확히

- ‘이, 히’로 나는 것
솔직히 가만히 간편히 나른히 무단히
각별히 소홀히 슬슬히 정결히
과감히 꼼꼼히 심히 열심히
급급히 답답히 섭섭히
공평히 능히 당당히 분명히 상당히 조용히
간소히 고요히 도저히

그러나 여기서 문제되는 것이 있다. 즉, 위와 같은 예들이 ‘이’로만 나는지 ‘이’와 ‘히’로 모두 나는지를 현실적으로 구분하기란 어렵다. 다행히 몇 가지 규칙이 있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접근하면 된다.



먼저, ‘이’가 붙는 것부터 살펴보자. 첫째, ‘-하다’가 붙을 수 있는 어근 가운데 끝 음절이 ‘ㅅ’으로 끝나는 경우는 모두 ‘-이’가 결합한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에는 표준어의 발음이 [깨끄치]가 아니라 [깨끄시]이기 때문이다. ‘깨끗이, 나긋이, 남짓이, 느긋이, 따뜻이, 반듯이, 번듯이, 빠듯이, 산뜻이, 의젓이, 지긋이…’

둘째, 어간이 ‘ㅂ’ 불규칙 용언인 경우에 ‘-이’가 결합한다. 이는 ‘ㅂ’으로 끝나는 대부분의 형용사에 해당한다. ‘가까이, 고이, 날카로이, 너그러이, 대수로이, 번거로이, 즐거이…’

셋째, 일반적인 형용사 어간에도 대부분 ‘-이’가 결합하여 부사가 된다. ‘같이, 굳이, 길이, 높이, 많이, 실없이, 적이, 헛되이…’

넷째, 같은 말이 겹쳐진 첩어 명사 뒤에는 ‘-이’가 결합한다. ‘간간이, 겹겹이, 길길이, 나날이, 다달이, 땀땀이, 번번이, 뿔뿔이, 샅샅이, 알알이, 줄줄이, 짬짬이, 철철이…’

다섯째, 다음과 같이 홀로 쓰일 수 있는 부사 뒤에 다시 ‘-이’ 접미사가 결합된 것은 물론 ‘-이’로 적는다. ‘곰곰이, 더욱이, 생긋이, 오뚝이, 일찍이, 히죽이…’

여섯째, ‘하다’가 붙을 수 있는 어근 가운데 어근이 ‘ㄱ’ 받침으로 끝난 일부 단어 뒤에도 ‘-이’가 결합한다. ‘가뜩이, 고즈넉이, 굵직이, 그윽이, 깊숙이, 끔찍이, 길쭉이, 나지막이, 높직이, 느직이, 두둑이, 말쑥이, 멀찍이, 소복이, 시무룩이, 자욱이, 진득이, 촉촉이, 축축이, 큼지막이, 텁수룩이…’

물론 이 단어들은 [가뜨기], [고즈너기], [국찌기], [그으기], [깁쑤기], [끔찌기] 등과 같이 소리가 난다.

다음으로 ‘-히’로 적는 예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히’로 적는 것은 부사의 끝 음절이 ‘히’로 분명히 나거나 ‘이’나 ‘히’로 나는 것으로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하다’가 붙을 수 있는 대부분의 어근 뒤에는 ‘-히’가 결합한다.(단, 위의 첫째와 여섯째의 경우는 제외) ‘가득히, 가만히, 각별히, 간소히, 간편히, 고요히, 공평히, 과감히, 극히, 급히, 까마득히, 꼼꼼히, 나른히, 넉넉히, 눅눅히, 능히, 답답히, 당당히, 도저히, 딱히, 무단히, 분명히, 섭섭히, 소홀히, 속히, 솔직히, 심히, 쓸쓸히, 아득히, 엄격히, 열심히, 정확히, 족히, 특별히…’

둘째, ‘-하다’가 붙는 어근에 ‘-히’가 결합하여 된 부사가 줄어진 것이 있다. ‘익히(← 익숙히), 특히(← 특별히)’
참고로, 한글맞춤법 25항이 설명하고 있는 규정도 있다. ‘-하다’가 붙는 어근에 ‘-히’나 ‘-이’가 붙어서 부사가 되거나, 부사에 ‘-이’가 붙어서 뜻을 더하는 경우에는 그 어근이나 부사의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급히/꾸준히/도저히/딱히/어렴풋이/깨끗이)

그러나 한글맞춤법 25항이 설명하고 있는 규정도 ‘깨끗이’처럼 ‘이/히’의 표기가 애매하다. 또, ‘-이’와 ‘-히’로 끝나는 부사를 구별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하다’가 붙을 수 있는 어근에서도 같은 ‘ㄱ’으로 끝나는 말들이지만 어떤 것에는 ‘-이’가 붙고(깊숙이), 어떤 것에는 ‘-히’가 붙으므로(솔직히) 그 구별에 뚜렷한 기준을 세우기가 힘들다.

따라서 맞춤법 및 표준어 문제를 판단할 때는 한글맞춤법 조항들을 먼저 살피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을 생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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