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없는 대책, 비현실적이다

2010.05.31 09:21:00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기초학력 미달학생을 얼마나 줄였는가에 대해 학교장 평가는 물론 교원들의 인사에도 이 결과를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초학력 미달학생을 줄이고자 하는 것은 교육청뿐 아니라 모든 교사들의 염원이다. 나름대로 이를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지만 쉽게 줄어들지 않는 것이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다. 전체적으로는 해당 학교의 평균성적이 높다 할지라도 그 비율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비율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방과후 학교, 수준별 이동수업, 기초학습 부진학생 지도, 교과학습 부진학생 지도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지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매년 이들 학생의 비율이 줄어들지 않아서 일선학교 교사들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별도로 불러서 지도를 하기도 하지만 이들 학생들의 적극성이 떨어지는 것도 비율감소가 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서울시교육청에서 내놓은 안은 어찌보면 특단의 대책으로 보이긴 한다. 그러나 그 방안만으로 기초학력 미달학생의 비율을 줄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모를리 없는 교육청에서는 좀더 일선학교에 책임을 지도록 하기위해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을 학교평가와 학교장평가, 교사들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하면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지도를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기초학력 미달학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는 적극 공감하고 동참하겠지만 학교장 평가등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공감할 수 없다.

학교장 및 교사 평가 등에 결과를 반영하겠다는 것은 경쟁을 시켜서 기초학력 미달학생의 비율을 줄이겠다는 의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학교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기본적인 의도가 깔려있다면 당연히 공감하기 어렵다. 여기에 학교장평가나 학교평가 교사평가에 반영한다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 여러가지로 방향이 잘못 설정되었다. 올해 들어 여러번 공문을 내려보낼 때마다 학교장평가와 학교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했었다. 공문마다 그런 문구가 거의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결과를 평가에 반영한다는 것은 학교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공모제 교장을 통해 학교의 자율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앞으로도 여러가지 권한을 학교에 넘겨서 자율화를 촉진시키겠다고 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공문을 보내면서 학교평가에 반영한다고 하면 학교에서는 자율성을 발휘할 만한 것이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모든 것을 평가와 연계시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방향이다.

평가와 연계시키겠다고 하는데, 어떤 교장, 어떤 교사가 여건이 안 좋은 학교를 원하겠는가. 당장에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율을 줄이면 된다고 하겠지만 그 비율은 학교별 차이가 없을 수 없다. 여건이 좋은 학교의 경우는 비율이 쉽게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의 경우는 비율을 단 1% 줄이기도 상대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다. 결국 학교간 교육격차를 더욱더 크게 만들 수도 있다.

어쨌든 모든 것을 평가와 연계시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예전의 학교평가때도 기준이 있었다. 그럼에도 학교평가결과는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결국 평가와 연계시킨다고 하더라도 일시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고, 이로 인해 학교교육이 더욱더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기초학력 미달학생 발생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학교를 옥죄는 방법보다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을 먼저 살피고 대책을 세웠으면 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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