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막상 해보니②

2010.06.13 21:46:00

교원평가는 동료교원, 학부모, 학생이 주로 평가를 한다. 학생들은 그래도 교사들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교사들에 대해서 비교적 정확히 알고 있다. 교사들과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어쩌면 부모들과 생활하는 시간보다 더 길 수도 있다. 물론 교사들도 학생들을 잘 파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래도 객관성 높은 평가가 가능한 것이 학생들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평가에 대해 비교적 개관적으로 생각하고 참여하려는 생각을 가진 경우도 많다.

그런데 막상 학생평가를 진행해 보니,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대체로 자발적인 평가가 기본이지만 학교에서 단체로 평가를 하는 학교들이 많다고 한다. 즉, 학급별로 컴퓨터실에 오도록 해서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사정 상 모든 학급을 이런 방법으로 진행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결국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평가를 해야 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들의 경우도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교에서 단체로 평가를 하도록 해야 그나마 많은 학생들이 평가에 참여할 수 있는데, 그것이 효율적이지 못하다.

한 학생이 평가해야 할 교사들이 많고, 단체로 하다보니 옆의 학생들과 오픈된 상태에서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에 따라서는 오픈되지 않도록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서로가 상의하면서 평가를 진행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의 평가결과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상관없이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 역시 문제라는 생각이다.

학부모나 학생 모두 자발적 평가를 하도록 그대로 두면 평가비율이 매우 낮게 나타난다. 요즈음 처럼 학생들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정확하게 판단하여 객관적인 평가를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단체로 하는 평가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이다.

결국 교과부에서 교원평가를 도입하는 쪽에만 매달렸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스스로 학교에 나와서 평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두었지만 평가에 참여하기 위해 학교방문을 하는 학부모가 전혀 없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과 학부모의 인식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사들을 잘 알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평가를 할 수 있는 학생들 마저도 평가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교원평가제의 기본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식의 평가로는 그 어떤 효과도 얻을 수 없다. 아무리 많이 홍보하고 노력한다고 해도 수많은 학생들을 평가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본적으로 교원평가제의 전면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단 몇 명의 학생들이 평가에 참여하여 그 학생들의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투표율이 낮은 상태에서 당선되는 후보가 어려움을 겪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하겠다. 평가의 결과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평가자의 참여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이전에는 교원평가가 제자리를 잡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원평가에 대한 생각이 교과부에서 생각하는 만큼 관심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교사들도 많지 않을 것이다. 평가에 참여하는 참여비율이 높지 않다는 것을 교사들 모두가 알고 있다. 최소한의 비율이 되어야 만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포함하여 교원평가제에 대한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현재의 상태로는 그 어떤 효과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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