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이제는 가장 존경받는 직업이었으면

2010.07.01 09:40:00

지난 6월 18일에 주목할 만한 보도가 있었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이재오)가 실시한 ‘직업별 청렴 수준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가장 청렴한 직업’으로 교사가 꼽혔다.

이 조사는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에게 25개 직업군에 대한 청렴도를 ‘매우 높음’부터 ‘매우 낮음’까지 5단계 중에서 고르게 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교사는 응답자의 47.8%로부터 ‘청렴도가 매우 높다’ 또는 ‘높다’는 답을 얻었다. 다음은 신부·목사·스님 등 종교인(45.3%), 군 장교(39.6%), 대학 교수(35.3%), 의사(34.6%) 순이었다.

이 보도를 접하면서 필자는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난해 말 소위 ‘하이힐 폭행 사건’으로 교육계가 비리 집단의 온상으로 언론에 떠들썩하게 떠올랐던 기억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중심인 서울시교육감이 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아 챙기고 인사 비리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됐다. 또 서울시교육청 시설·인사 비리 수사에서는 장학관, 장학사 등 교직원 40여명이 적발됐다. 소문으로만 돌던 수학여행 등 학교 행사를 둘러싼 교장들의 광범위한 금품수수 행위도 드러났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교육계 비리를 척결하는데 전력을 기울여달라고 지시했다. 이날 대통령은 인사 청탁, 금품상납, 부정입학 등 교육 관련 비리들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교육계를 강하게 질타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법무장관은 교육 관련 비리에 대한 적극적이고 집중적인 단속과 엄중한 수사를 검찰에 지시했고, 교과부는 교육계 인사 비리를 근절하겠다며 학교장의 공모제를 내놓았다.

비리와 가장 멀리 있어야 할 교육계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현실은 가슴 아픈 일이다. 교육계는 존경과 신뢰가 형성되고, 그와 더불어 교육계 인사는 모범을 보임으로써 타인에게 존경과 신뢰를 얻어야 한다. 교육계의 비리는 그들만의 비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존경하고 신뢰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계의 비리 척결은 국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교육계의 비리는 관리직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비리다. 이는 교육계 전체로 볼 때 빙산의 일각이다. 그런데도 언론과 기타 행정 당국은 교육계 전체가 비리 집단인 것처럼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일부를 가지고 교직 전체를 왜곡하는 시각은 우리 교육에 발전적인 도움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 당국의 즉흥적인 비리 근절 대책도 문제다. 교과부가 교육계 인사 비리를 근절하겠다고 마련한 학교장 공모제는 학교 교육 개혁의 근본 대책이 안 된다. 학교장 공모제가 필요하다고 해도 급작스러운 확대는 졸속적인 정책이다. 또한 교장공모제는 비리를 근절하는 대책이 아니다. 이는 정치적이고, 대중의 인기를 끌기 위해 급작스럽게 만들어낸 행정이다.

일부에서는 교장공모제를 통해 학교를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 뻔하다. 오히려 교장공모제는 학교가 정치권에 휘둘릴 우려가 있다. 그리고 교장공모제는 성과를 만들기 위한 이벤트 형식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 교육의 내실을 기대하기 어렵다.

비리 척결을 포함한 교육개혁은 우리의 미래와 직결된 만큼 무엇보다도 교육계 인사들의 자성과 분발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정 당국의 정책도 수반되어야 한다.

인사 비리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교직 사회는 구조적으로 인사 비리에 대한 유혹을 떨칠 수가 없다. 즉, 교직은 직급이 상승하지 않는 공무원 집단이다. 또 교직은 오직 한 사람만이 교감이 되고, 극소수만이 교장의 자리에 앉는다.

인간이 직업을 갖고 그 조직 내에서 직급이 상승하고, 승진을 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모습이다. 현재 교직 사회는 이러한 기본적인 모습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무턱대고 교직 사회를 범죄 집단으로 몰고 갈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점을 점검하고 개편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 해답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수석교사제의 대폭 확대다. 수석교사제는 교단에서 가르치는 교사를 우대하는 정책이기도 하지만, 교직 사회의 승진 욕구를 어느 정도 해갈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따라서 내년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는 수석교사의 선발 인원 수를 늘리고 실제적인 우대 정책을 법제화해야 한다.

교사는 어린 학생들이 급격한 신체적 변화와 더불어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시간에 함께 있는 존재다. 특히 교사는 가르치는 것 외에 학생들의 가치관, 세계관을 올바르게 심어주는 정신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교사는 가장 청렴한 직업인으로 꼽히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아울러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가장 존경받는 직업인이 교사가 되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가장 청렴한 직업 교사, 그리고 가장 존경받는 직업 교사, 이것이 우리 사회가 바라는 모습이고 반드시 실천해야 할 과제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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