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백두산 천지를 보다!

2010.07.06 10:22:00

"이번엔 드디어 천지(天池)를 볼 수 있을까? 제발 날씨가 좋아야 할텐데…."

천지를 찾는 사람들은 백두산을 오르는 셔틀버스에서 길 양쪽으로 펼쳐지고 있는 원시림에 눈으로 감탄을 하면서도 마음 속은 천지 생각뿐이다. 때로는 천지신명께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4년 전 북파 코스를 이용, 지프차로 백두산에 오른 적이 있었다. 천지 부근에 얼마나 안개가 짙고 바람이 세게 부는지 몸을 가누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서로를 부둥켜 안고 애국가를 부르며 천지가 보이기만을 기다렸다. 우리의 간절한 바람에 천지 모습이 안개 속에 잠시 나타났다가 곧바로 사라졌다.

그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당시 현지 가이드는 우리를 위로한다. 백두산 천지 보러 왔다가 천지를 못 본 사람이 천지라고…. 천지는 기상 변화가 심하여 언제 어떻게 기상이 악화될지 모른다. 천지를 몇 초 본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그렇다면 이번엔 꼭 보아야 할 텐데' 교직생활하면서 천지의 장관을 구경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오기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셔틀버스를 타고 원시림을 지나는데 차창에 빗방을이 친다. 날씨는 흐림이다. 천지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다.









이번 등반은 서파 코스다. 현지 가이드는 구체적인 통계수치를 제시한다. 1년 중 20%인 70여일만 천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열 번 백두산을 오르면 두 번 정도 천지를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백두산을 두 번째 찾는 필자는 통계상으로 못 볼 확률이 크다.

셔틀버스는 일행을 정상 900m 아래 지점에 내려 놓는다. 빗발은 그쳤고 날씨도 좋아졌다. 이제 등산로 입구에서 1236 계단을 오르면 천지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산하는 사람들의 표정도 밝다. 다시 기대감에 부푼다.

계단 초입에는 가마를 대기 시켜 놓고 예비군복 차림의 인력꾼들이 2인 1조로 짝을 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등반이 불편한 사람을 태워 정상까지 오르는데 우리 돈으로 8만원이란다. 시간제 일당으로서 꽤 비싼 돈이다. 이렇게 그들은 관광자원을 활용하고 있다.

산을 오르면서 백두산에 핀 야생화를 보고 카메라에 담았다. 7월인데도 주위에는 눈 쌓인 모습이 보인다. 그늘진 곳에는 눈 높이가 사람키를 훨씬 넘는다. 계단 옆에는 또다른 계단공사로 땅파기와 용접이 한창이다. 중국 정부의 계단 넓히기 공사다. 입장료 등 관광 수입을 올리려는 것이다.

드디어 백두산 정상!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백 여명의 등산객이 보인다. 일행들은 천지로 달려간다. 얼굴에는 천지를 보았다는 기쁨의 환희가 넘친다. 카메라를 꺼내들고 각도를 달리하여 기록에 남기기 바쁘다. 구름 낀 하늘이지만 그 구름의 모습이 호수에 투영이 되니 장관이다.

이어 친한 동료들끼리 어울려 기록사진을 남긴다. 얼마나 역사적인 순간인가! 천지를 배경으로 동료들과 카메라를 주고 받으며 기록사진을 남긴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일행 중 한 명이 '우리의 소원'을 선창한다. 이심전심이 되어 따라 부른다.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니 철탑 두 개 중 하나는 쓰러져 있다. 아마도 강한 바람에 견디지 못한 듯 싶다. 비석도 보인다. 세로로 쓴 붉은색 글자는 '中國 5  1990'이다. 5호 경계석이다. 뒷면을 보니 '조선 5 1990'이다. 중국과 조선의 국경을 표시한 것인데 조선 글씨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도 국력을 실감한다.

이제 아쉽지만 하산이다. 천지의 모습을 마음에 담고 카메라에 담고 그만 이별을 고해야 하는 것이다. 민족의 영산이요 성산인 백두산. 우리 땅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거쳐 올라야 하는 이 착잡함. 천지를 보았다는 기쁨보다 가슴에 무언가가 꽉 막혀있는 기분이다.

가이드는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평상 시 교육으로 덕을 쌓았기 때문에 오늘 천지를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동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로서 동감을 표시한다. 

필자는 어서 남북이 평화통일이 되길 소망한다. 북녘도 공산 일당 독재가 무너지고 자유의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면 수학여행 인솔 책임자가 되어 지금처럼 중국을 통하지 않고 마치 설악산 내 집 드나들듯이 백두산도 우리가 가고 싶을 때는 언제든 찾을 수 있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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