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평가가 코앞에 다가왔다. 지난해에도 그랬고 지지난 해에도 그랬다. 여러 곳에서 일제고사를 통해 줄세우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래도 시험은 실시됐고, 시험이 끝나면 후폭풍이 있었다. 교사징계, 교장징계등이 뒤따랐다. 올해도 예외는 아닌듯 싶다. 체험학습을 불허하지만 체험학습을 떠날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진보교육감들의 등장으로 시험에 대한 선택권을 준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이런 사이에 시간은 흘러 시험은 계속해서 다가오고 있다.
어느 쪽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사소한 일이긴 하지만, 언론의 보도로 접한 것처럼 전교조 전북지부의 행동은 자제했어야 옳다. 언론보도가 다소 오해에서 비롯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수신자가 학교장으로 되어 있는 공문임에도 부적절한 표현과 절차상의 문제가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도 충분할 일을 굳이 각급학교 교장에게 공문을 보내서 처리해야 할 만큼 시급했었는지도 쉽게 납득이 되는 부분이 아니다.
대부분의 공문들이 수신자로 학교장을 지정하는 것이 관례이긴 하지만, 공문이 정식 접수가 되면 수신자인 학교장의 결재를 거쳐야 외부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학교장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만일 전교조 분회장이 정식 접수된 공문의 보고내용을 학교장 결재없이 처리한다면 이것도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번 일로 인해 도리어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일단은 올해 시험을 치르고 나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해 보인다. 교원평가제도 그랬듯이 일단 계획되었었고 시행이 바로 코앞인데 그 상황을 자꾸 이슈화 시키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도움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시행을 한 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이다.
필자 역시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당초의 취지대로라면 공감을 하겠지만 당초의 취지에서 어긋나는 일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시험은 혼란없이 치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점에 대한 개선은 추후에 논의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문제가 심각하여 폐지해야 한다면 그 부분도 검토대상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서 조선일보는 10일자 신문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어느 학교의 학력 수준이 떨어지는지를 파악, 해당 학교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리기 위해 실시하는 교육과학기술부 주관 시험. 전국의 모든 초등 6년·중3·고2를 대상으로 매년 7월 5개 과목(고2는 3개 과목)에 대해 실시한다. 교육 과정 성취 목표의 50% 이상을 달성한 학생은 ‘보통 학력 이상’, 20~50%는 ‘기초 학력’, 20% 이하는 ‘기초 학력 미달’ 등급을 매겨 학생 개인에게 개별 통지되며, 개인별 성적은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올해 평가부터 학교별 성적은 공개된다."
기본취지는 학력 수준이 떨어지는 학교에 대해 정부에서 지원을 하여 학력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성취도평가가 학생을 줄세우기 한다는 비난을 받아왔고 그래도 시험은 실시됐다. 적지않은 교사들이 징계를 받았고 교장들도 징계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학력수준이 낮은 학교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있었다. 당초의 취지대로 진행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단숨에 학력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쪽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진보교육감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거부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진다는 것은 소모적인 논쟁이 더욱더 커질 뿐이다. 다만 정부에서도 일정부분 책임지고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당초의 취지대로 진행되지 않은 부분이다.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에 대한 지원까지는 옳은 방향이었는데, 시험결과에 따라 학교장과 학교평가에 반영한다는 부분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학교장평가와 학교평가에 반영한다고 하루아침에 학력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무리수를 두는 것은 소모적인 논쟁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순수하게 학생들의 학력수준을 높이는 쪽으로 평가가 진행되었어야 한다. 또한 필요 이상으로 시험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수능시험에 버금가는 형태로 진행되어야 하느냐도 생각해 볼 문제인 것이다. 수능시험만큼 중요시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학교를 믿고 시험을 실시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학교를 못믿는 풍토에서 자꾸만 강화되는 시험대책이 학교를 옥죄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올해 시험을 마치고 좀더 객관적으로 문제점과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고 계속해서 지금의 형태대로 추진해 나간다면 소모적인 논쟁은 더욱더 커질 것이다. 논쟁을 끝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평가를 반대하는 쪽이나 평가를 주관하는 쪽 모두 조금씩 양보하고 머리를 맞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또한 교육감에게 미온적으로 대처한다고 압박을 하는 것도 교원단체에서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교육감은 교육감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을 것이고, 그 철학에 따라 가장 현명한 대안을 내놓을 것이다. 깊이 생각할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는데 교육감을 압박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닐 것이다.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교육감 취임후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되는 공방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