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대책없는데 왜 하나

2010.07.19 09:28:00

교원평가제(교원능력개발평가제)의 원년을 맞아 곳곳에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교과부에서는 개선을 하겠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사실 드러난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교원평가제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제기되었던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학생평가와 학부모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문제는 수차례 제기되었었지만 그대로 교원평가제를 강행하였고, 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시험도 아닌 교원평가를 찍는 학생들이 있고, 그들에게 학부모 평가를 맡기는 학부모들이 있다는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면서 학생들에게 답안작성에 신중을 기하라고 지도했다. 같은 번호를 모두 찍거나 지그재그 식으로 답을 쓰지 않도록 지도했다.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게는 같은 번호를 쓰는 것이 답을 맞출 확률이 더 높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교원평가에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물론 모든 항목에서 같은 번호를 택해야 할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그재그 식으로 번호를 선택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표기하는 문제를 두고 교과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대책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대책이 없는데 왜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것에 대해 앞으로 대책없는 학생 평가를 어떻게 대책을 세워 공정하고 객관성있게 추진할 지 묻고 싶다. 대책이 없으면 당연히 대책을 세워야 하겠지만 고작 세울 수 있는 대책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홍보를 하는 일 정도일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이 평가에 익숙해지면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그 가능성보다는 계속해서 비현실적인 평가가 이루어질수 있다는 것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야할 문제가 있다. 어떤 정책을 추진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데 그 대책이 도리어 현장성이 더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의 교원평가 문제도 학생평가나 학부모평가에서 문제가 드러났기에 대책을 세우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을 세우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의 이야기대로 대책은 없고, 대책을 세우긴 세워야 하기 때문에 엉뚱한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이야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대책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우려는 더욱더 커져만 가고 있다. 가령 학부모 평가를 위해 매주 한번씩 야간에 수업을 하라고 한다거나, 수업공개를 매주 하라든가, 토요일에 다른활동 하지말고 수업을 하라는 등의 대책없는 대책이 쏟아질 수도 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책을 세움으로써 또다시 학교의 혼란을 부추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항목이 너무 많다는 것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항목을 줄이고 실제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학교교육에서 수업을 개선하고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 목적에 부합되는 평가가 되어야 한다. 교사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해서는 곤란하다. 경쟁을 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과 잃는 것을 따져보아야 한다.

교과부 등 당국에서 교사들의 상호간 평가를 불신하는 태도도 바꿀 필요가 있다. 수업방법에 정답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학생들에게 어떻게 전달하여 가르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교사들이 상호평가를 하면서 상대방 교사의 수업에서 배운다는 자세로 평가를 하게 된다. 결국 해당교사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교사들은 나름대로 동료교사들의 수업에서 장점을 찾아내게 되기 때문에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준다. 학생들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업을 하는 교사는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책없는 교원평가제를 계속 밀어 붙이는 것보다는 올해 드러난 문제점을 확실히 해결해 가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본다.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된다고 하지만 횟수를 거듭할 수록 문제는 더욱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하루빨리 숨고르기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확보되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그 의견을 면밀히 검토하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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