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없는 학교'를 한쪽에서는 추가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그동안 운영해오던 학교가 재지정받지 못하고 탈락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유는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으로 사교육비가 도리어 증가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놓고 증감을 결정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객관성이 떨어진다. 방과후학교 등에 참여하면서 지출하는 교육비는 사교육비의 범주에서 제외시켜 놓았으나 학부모들의 응답은 그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교자체 조사에서는 사교육비가 경감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최종 심사에서 재지정을 받지 못하고 1년간의 운영을 끝으로 사교육없는 학교 간판을 내렸다고 한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는 사교육비가 상당히 감소된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정작 실제 조사에서는 도리어 증가된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재지정되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던 것이다.
그 학교 교사들은 그동안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을 통해 사교육비도 경감하고 학교교육 여건도 개선했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특별히 설문조사 결과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방과후학교 참여에 들어가는 비용을 학부모들이 사교육비에 포함시킨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과후학교 활성화와 자기주도적 학습실, 수준별 이동수업실 등을 잘 만들어 놓고 학생들을 열심히 지도했기에 재지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상당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조사결과가 그렇게 나왔다면 어쩔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사교육 없는 학교에서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것이 사교육비 경감이라고 하면 단 1년만에 사교육비 경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펴 보았어야 한다. 여기에 학부모들의 설문결과가 100% 맞다고 보기도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이 학부모들이 잘못 판단하고 설문에 응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었어야 옳다.
또한 앞으로는 모든 학교들이 사교육 없는 학교가 돼야 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지정을 취소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본다. 막대한 예산들 들였기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교과부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게 쉽게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성질은 아닐 것이다. 단 한푼의 사교육비라도 경감해야 사교육 없는 학교를 운영한 보람이 있겠지만 도리어 늘었다고 지정을 취소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도리어 교원들과 학부모, 학생들이 더욱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 조성을 해 주었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실망스런 마음과 의욕저하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도 생각했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