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대폭적인 수술 시급하다

2010.07.31 20:40:00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원평가, 정확히 말하면 교원능력개발평가.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만족도 평가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달 중순 학부모 만족도 평가를 간신히 끝마쳤다. 대부분의 학교가 교육청에서 목표로 정한 학부모 참여도 50% 채우느라고 고생을 했다.

이 업무를 맡은 학교 담당자는 업무과중으로 애를 먹었다. 교육청과 학교에는 학부모의 민원성 항의 전화가 많았다고 들었다. 우리 학교의 경우, 교원평가와 관련해 3월부터 가정통신문 5회, 문자 메시지 2회가 발송되었다. 담당자는 평가기간 중 학부모 학교방문에 대비해 평일 저녁과 토요휴업일에 컴퓨터실에서 학부모를 맞이하였다.

학부모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학교에서의 평가 독려를 받고 막상 평가를 하려니 막막하기만 한 것이다. “뭘 알아야 평가를 하지?” 어이가 없다. 직업이 교사인 필자의 아내는 모 외고에 재학 중인 딸 학교 교장, 교감, 담임교사, 교과교사 등 네 명 평가에 그쳤다. 고교생 아들 학교에 대해선 교장, 교감, 담임교사 평가를 하였다. 학부모 교사가 이럴진대 일반 학부모들의 평가 포기를 탓할 수만은 없다.

학부모들은 평가 지표 문항을 읽고 대상자를 평가해야 하는데 아무런 정보가 없다.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평가에 임하려니 그게 바로 고역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와 교육청, 교과부에 불만이 쌓인다. 이것은 정부 전체에 대한 불만,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교원평가, 학교가 하고 싶어 하는 것 아니다. 정부에서 밀어붙이니 시도교육청은 규칙을 정하고 학교는 교육청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다.

현재의 교원평가, 학부모 교원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처음엔 학부모 80% 이상이 교원평가에 찬성했다고 하지만 여기엔 소통의 오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학부모는 교육경쟁력 강화로 실력 없는 교사, 부적격 교사 퇴출을 염두에 두고 찬성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과 절차에 있어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가 뒤따라야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경우, 한 학부모가 평가해야 할 대상은 교장, 교감, 보건교사, 담임교사, 교과교사 등 17명이다. 교장과 교감, 보건교사 만족도 조사 지표는 8~9개이고 담임교사와 교과교사는 10개 문항이다. 계산을 해보니 150개가 넘는다. 평가 대상자를 알지도 못하는데 평가를 하라고 하니 엉터리로 하라는 것과 같다.

지난 5월, 수업공개에 참석한 학부모는 전교생 수의 10%인 110여명 정도. 5, 6교시에 수업을 공개했지만 수업 평가엔 무리다. 전문가조차도 그 시간에 모든 교과의 수업을 볼 수 없다. 그런데 비전문가인 학부모에게 만족도 평가를 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우리 학교의 교원평가 학부모 참여도는 50.7%. 전교생 1000여명 중 학부모 100명은 두 시간 수업 참관으로, 나머지 400명은 수업 참관 없이 평가에 참여한 셈이다. 이들은 자녀에게 물어서 하거나 아예 자녀가 학부모를 대신하여 평가를 한 것으로 짐작된다. 학부모 평가에 학부모가 없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럴 경우, 학생 만족도 평가처럼 인기도 평가가 되고 만다. 학생이 공부를 잘 하거나 교사를 좋아하면 높은 점수를 일률적으로 주고 그렇지 않으면 항목과 관계없이 낮은 점수에 기둥을 세우는 것이다. 평가가 왜곡되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서 평가 결과의 객관성, 공정성, 신뢰성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 이것을 교원인사와 보수에 반영한다고? 대부분의 교사들은 평가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교원평가의 필요성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평가는 '교원 전문성 신장을 통한 공교육 신뢰 회복'이라는 평가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보여주기 위한 수업, 엉터리 평가는 쓸데없는 일을 양산해 교육력을 약화시킨다. 수업이 평가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다보니 교원평가를 통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고 보는 것이다.

교원평가 이대로 계속 되어서는 안 된다. 동료평가도 마찬가지다.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 평가는 학교 운영에 대한 만족도 조사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학생의 교원평가는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학부모도 불만이고 교원도 결과에 수긍하지 않는다. 공교육 신뢰 회복을 위한 교원평가 방식의 대폭적인 수술이 시급하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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