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진짜 어렵네

2010.08.09 09:25:00

우리말은 음운의 차이로 뜻이 달라진다. 그 중에 모음이 잘못 사용되어 틀린 경우가 많다. 우리말에서 이런 경우가 비교적 흔하다. 자음(문과 물, 밤과 발 등)은 발음의 차이도 확연하고 뜻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다음의 예문에서 (1)~(2)는 모음이 헷갈려 틀리는 경우고, (3)~(4)는 자음이 잘못된 경우다.

(1) 엉겹결에 뒤를 돌아보다
(2) 너무나 민망해서 고개를 움추렸다.
(3) 그는 겸연적은 상황에서는 특유의 멋쩍은 웃음을 보인다
(4) 퇴직하고 집에 있으려니 마음이 착찹하다.

위 (1)~(4)에서 밑줄 친 단어는 모두 바른 표현이 아니다. 각 단어의 바른 표현을 사전에서 검색하면

‘엉겁결’은 명사로 '미처 생각하지 못하거나 뜻하지 아니한 순간'(흔히 ‘엉겁결에’ 꼴로 쓰여)을 뜻한다.
- 나는 너무 놀라서 엉겁결에 비명을 질렀다.
- 하도 정신이 없어 엉겁결에 그 일을 허락해 버렸다.

‘엉겁결’은 ‘엉겁’과 ‘결’이 만나서 이룬 단어다. ‘엉겁’은 끈끈한 물건이 범벅이 되어 달라붙은 상태(신발이 진흙으로 엉겁이 되었다)를 이른다. ‘결’은 ‘때’, ‘사이’, ‘짬’의 뜻을 나타내거나 혹은 ‘겨를’의 준말로 보인다. 즉, 끈끈한 물건이 범벅이 되어 달라붙은 것을 떼어내려면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순간을 ‘엉겁결’이라고 한다.

참고로 ‘엉겁결’과 뜻이 비슷한 ‘얼떨결’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주로 ‘얼떨결에’ 꼴로 쓰여, 뜻밖의 일을 갑자기 당하거나, 여러 가지 일이 너무 복잡하여 정신을 가다듬지 못하는 판을 이른다.(얼떨결에 대답하다. 동생들 때문에 얼떨결에 결혼을 하고 말았다)



‘움츠리다’는 동사로 다음과 같은 뜻이다.
1. 몸이나 몸의 일부를 몹시 오그리어 작아지게 하다.
- 그는 한기에 몸을 움츠렸다가 손을 떼고 창밖을 응시하였다.

2. 겁을 먹거나 위압감 때문에 몹시 기가 꺾이거나 풀이 죽다.
- 그녀는 남편에게 늘 죄스러운 생각으로 너무 움츠리며 살아왔다.

‘움츠리다’를 ‘움추리다’로 착각하는 이유는 ‘움’ 때문이다. 여기 ‘ㅜ’가 뒤에 영향을 끼쳐 ‘츠’를 발음할 때도 입술을 둥그렇게 해서 원순모음으로 하려다보니 표기가 잘못된다. 이는 평음 ‘ㅡ’으로 발음을 해야 한다.

‘움츠리다’를 원순모음으로 발음하려는 경향이 있듯이, 우리말에서 이와 비슷한 오류가 있다.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다, 다리를 오므리다, 후드득 소리를 내며’를 ‘아둥바둥/오무리다/후두둑’으로 발음하는 것이 같은 예이다. 이는 모두 표준 발음이 아니다.

‘겸연쩍다(慊然--)’는 형용사로 쑥스럽거나 미안하여 어색하다는 뜻이다.
- 그는 그녀를 만나자 겸연쩍어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는 한글맞춤법 54항에 규정을 두고 있다. 종래에는 ‘군(나뭇군)’과 ‘꾼(심부름꾼)’ 등으로 쓰여 많이 혼동되었다. 그런데 이것을 ‘꾼’으로 통일하였다. ‘심부름꾼, 익살꾼, 일꾼, 지게꾼, 때깔, 귀때기, 볼때기, 판자때기, 뒤꿈치, 팔꿈치, 이마빼기, 코빼기, 빛깔, 성깔, 겸연쩍다’ 등의 접미사 표기가 모두 같은 차원에서 된소리 표기를 인정한 것이다. 참고로 ‘겸연쩍다’가 변한 말이 ‘계면쩍다’이다.(계면쩍게 웃다./그녀를 쳐다보기가 계면쩍어 피식 웃었다)

형용사인 ‘착잡하다(錯雜--)’는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뒤섞여 어수선하다'는 말이다.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뒤섞여 어수선하다. ≒잡착하다.
- 기분이 착잡하다.

‘착잡하다(錯雜--)’도 발음을 잘못해서 표기의 오류가 발생한다. 이는 [착짜파다]라고 발음한다. 이 단어는 한자어다. 하지만 ‘착잡’을 한자 표기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실 한자를 적지 않은 한자어 독음은 당황스럽고 낯설다. 그러다보니 표기가 헷갈린다. 이 단어는 한자어이지만 오늘날 의미 없는 발음만 남아 순우리말처럼 쓰인다. 이러한 한자어 어근을 이해하면 표기의 혼동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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