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가 곤욕(?)을 치러

2010.08.18 15:14:00

15일 네이버에 “소녀시대도 건방지다!” 방송태도 논란의 본질은? 이라는 뉴스가 실렸다. 기자가 보도한 내용에 의하면 스타킹에 출연했던 한 출연자가 소녀시대가 사인도 해주지 않고, 사진도 함께 찍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미니홈피에 글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몇몇 사례만을 가지고 일반화시킨 것이고, 당시 스타킹에 출연했던 다른 출연진이 소녀시대의 행동에 문제가 없었음을 인증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이 기사의 내용 진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하고 싶은 것은 없다. 문제는 기사의 내용 중에 엉뚱한 표기가 있어 지적하고 싶다. 

○ “소녀시대 거만해졌다” 방송태도 논란의 본질은?
소녀시대가 때 늦은 논란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일간스포츠, 2010년 8월 15일)

이 기사에 ‘곤욕’이라는 표현과 ‘치루고’라는 표현이 잘못되었다. 문맥으로 보아 ‘곤욕’은 ‘곤혹’을 잘못 썼다. 그리고 ‘치루고’는 ‘치르고’로 해야 한다. ‘곤욕’과 ‘곤혹’을 사전에서 살펴보면

‘곤욕(困辱)’
심한 모욕. 또는 참기 힘든 일.
- 곤욕을 치르다.
- 곤욕을 겪다.

‘곤혹(困惑)’
곤란한 일을 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름.
- 예기치 못한 질문에 곤혹을 느끼다.

최근 아이돌 스타들의 방송 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뉴스가 자주 있었다. 그처럼 이번에도 소녀시대의 방송 태도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그러나 이는 네티즌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소녀시대는 특별히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다. 아무튼 소녀시대는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있었으니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는 ‘곤혹’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것이 심한 모욕의 상황이 아니니 ‘곤욕’이라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



‘곤욕’은 다음 예문에서 보듯 심한 모욕을 당하거나 또는 참기 힘든 일을 당했을 때 사용한다.

○ 재범은 연습생 시절 올린 한국 비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다, 8일 낮 팬 카페를 통해 탈퇴를 선언하고 가족들이 있는 미국 시애틀로 떠났다(맥스무비, 2009년 9월 8일).
○ 우즈는 성추문으로 곤욕을 치르다 지난달 마스터스대회를 통해 복귀했지만 퀘일할로 챔피언십에서는 컷 탈락했고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는 목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연합뉴스 2010년 5월 11일).
○ 한 부품공급업체의 파업으로 생산라인이 중단되는 곤욕을 치르다 간신히 사태를 수습했던 이 회사는 다른 부품업체 파업으로 또 라인이 멈춰 섰다(2010년 6월 11일).

앞 예문의 ‘곤욕’은 심한 모욕의 상황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사용했다. 소녀시대의 경우는 일부 팬의 잘못된 인터넷 글 때문에 곤란을 겪은 상황을 기사화 했으니 ‘곤혹스러운’ 일을 당한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소녀시대가 때 늦은 ~치루고 있다’에서 ‘치루고’도 답답한 문제다. 무슨 일을 겪어 내다는 뜻은 ‘치르다’라는 동사를 써야 한다. 이 문제는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잘 고쳐지지 않는다. 더욱 신문 기자의 글에 이렇게 잘못된 표현이 보인다니 안타깝다.

‘치르다’와 함께 흔히 틀리는 표현이 ‘담그다’, ‘잠그다’이다. 즉, ‘치르다/담그다/잠그다’를 ‘치루다/담구다/잠구다’라고 잘못 쓰고 있다. 이 동사들은 기본이 ‘-으다’ 형태이므로 ‘치르고, 치러, 치렀는데, 치를, 치른다/담그고, 담가, 담갔는데, 담글, 담근다/잠그고, 잠가, 잠갔는데, 잠글, 잠근다’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치루고, 치뤄, 치뤘는데, 치룰, 치룬다/담구고, 담궈, 담궜는데, 담굴, 담군다/잠구고, 잠궈, 잠궜는데, 잠굴, 잠군다’라고 하면 문법에 어긋난 것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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