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에 학생참여, 글쎄요.

2010.08.25 17:41:00

요즈음의 학생들은 예전의 학생들에 비해 성장이 빠르고 가치판단도 빨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 실시된 교원평가에서 보듯이 아직도 학생들은 미성숙한 면을 보이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나 중학교 학생들의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실을 주변의 이야기만 듣고 교원평가에서 기재하는 경우가 있었다. 극히 주관적인 사실을 기재하기도 했다. 아직은 가치판단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교육정책 수립 시 학생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서울 교육 학생참여위원회'를 설치ㆍ운영하고 '서울 교육정책 학생창안대회'를 열어 교육정책 혁신과제 제안을 공모하는 등 학생을 교육정책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매일경제, 2010-08-24) 교육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정책을 추진한다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다양한 의견을 들음으로써 진일보한 정책을 입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대표를 어떻게 선발 할 것인가와 과연 그 학생들이 정책을 면밀히 검토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학생들의 대표라면 다른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할텐데,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의견수렴을 할 것인가도 매우 어려운 난제이다. 결국은 교사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고, 교사들 역시 자신의 의견대로 대표학생들을 지도할 가능성이 매우높다. 이렇게 된다면 학생참여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도리어 교육현장의 교원들과 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편이 더 현실적인 방향이 아닌가 싶다. 교원들이나 학부모들은 가치판단을 정확히 할 수 있고, 교육정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선학교에서 앨범선정이나 수학여행 장소 선정에서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때로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도 학생대표의 의견을 묻고 듣는다. 그런데 그때마다 학생들은 정확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한다. 학생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학교내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학교의 현실인데, 다른곳도 아닌 교육청에서 학생들의 대표를 참여시켜 정책수립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학생들이 정책수립에 참여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학생들 중에는 가치판단능력이 뛰어나고 정책수립에도 관심이 많아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는 흔한 경우가 아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결국 이 문제는 많은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정책수립에 참여할 만큼 여건이 성숙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참여하는데에 목적이 있다면 아예 참여하지 않는 것이 옳다. 참여해서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앞으로 여건이 성숙되면 참여하는 과정에서 훌륭한 의견이 나올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라고 본다. 미처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정책수립에 참여시키는 문제는 다시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여러 가지로 복잡한 교육현실에서 학생참여를 두고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교육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육당사자에 학생들이 포함되긴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교육당사자 중 교원과 학부모의 참여를 좀더 폭넓게 가져가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본다. 우리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점인 밀어붙이기식 정책추진이 서울교육에서 재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급한일이 아니고 현장의 정서에 맞는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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