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는 누가 하는 걸까

2010.09.01 09:08:00

오는 11월18일 치러지는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원서 접수를 8월25일부터 9월9일까지 전국 82개 시험지구 교육청 및 일선 고등학교에서 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접수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졸업예정자는 재학 중인 고교에서, 졸업생은 출신 고교에서 원서를 받아 제출한다. 단 졸업생의 현 주소지와 출신 고교 소재지가 다를 경우 현 주소지 관할 시험지구 교육청에 원서를 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고졸 검정고시 합격자와 기타 학력 인정자도 현 주소지 관할 시험지구 교육청에서 원서를 접수하면 된다.

제주도교육청에서는 제주도 출신자 가운데 다른 지역에서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편의를 위해 서울 성동교육청에 원서 교부 및 접수 장소를 별도로 마련하기도 한다. 원서를 접수할 때는 여권용 규격 사진 2매와 응시 수수료를 준비해야 하며, 개별 접수하는 졸업생은 졸업증명서 1통을, 고졸학력 검정고시 합격자는 합격증 사본 또는 합격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내용은 언론 매체에 보도된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접수’라는 단어는 뜻을 섬세하게 가려 써야 하는 단어다. 사전에 보면

‘접수(接受)’
1. 신청이나 신고 따위를 구두(口頭)나 문서로 받음.
- 접수 번호
- 접수를 마감하다.
2. 돈이나 물건 따위를 받음.
- 대학 입학 원서 접수 마감 시간이 다 됐다.

접수는 한자 표현에서 보듯, 무엇인가 받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교육청이 대입 원서 접수를 시작했다. 검찰청이 고소장을 접수했다’ 등처럼 접수라는 행위의 주체가 명시돼야 자연스럽다.



그러나 언어 현실에서는 접수의 행위 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버젓이 접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아래 예문을 보면,

○ 이에 따라 졸업예정자는 재학 중인 학교에서, 졸업자나 기타 학력 인정자는 현 주소지 관할 시험지구 교육청에서 접수하면 됩니다. (중략) 또 졸업자 가운데 군대에 있거나 입원중인 경우, 해외 거주자 등을 제외하고는 본인이 직접 접수해야 합니다(KTV한국정책방송, 2010년 8월 25일).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접수’는 행위의 주체가 있다. 기사문의 졸업예정자, 졸업자는 원서를 접수하는 주체가 아니다. 이는 객체로 ‘원서를 접수’할 수 없다. 이들이 원서를 접수했다는 표현은 주술이 어긋난 표현이다.

한자어 ‘임대’와 ‘임차’도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정확한 사용은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두 단어를 사전에서 검색하면,

‘임대(賃貸)’
돈을 받고 자기의 물건을 남에게 빌려 줌.
- 임대 가격이 싸다
- 임대 조건이 좋다.

‘임차(賃借)’
돈을 내고 남의 물건을 빌려 씀. ‘세냄’으로 순화.
- 임차 계약시 주의하세요.

사전을 통해 보듯이 두 단어는 서로 반의어 관계다. 여기서 파생된 동사가 ‘임대하다’와 ‘임차하다’인데, 둘도 똑같은 관계에 있다. 그러면 이 단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 의왕경찰서는 고천동의 빈 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청소년수련원 일부를 임대해 청사로 사용할 계획이다(중앙일보, 2009년 2월 24일).
○ 재단은 첨복단지 기본 인프라가 조성되는 오는 2012년까지 인근이나 대구 도심의 건물을 임대해 사용할 계획이다(파이낸셜뉴스, 2010년 8월 9일).
○ 경인일보는 신사옥이 마련될 때까지 임시로 수원시 영통구청 인근의 한 건물을 임대해 사용할 계획이다(기자협회보, 2010년 8월 11일).

위 예문의 ‘임대’는 잘못 사용된 말이다. 기사문은 ‘의왕경찰서, 재단, 경인일보’가 당분간 돈을 내고 남의 물건을 일시적으로 빌려 쓴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서 ‘의왕경찰서, 재단, 경인일보’는 건물의 주인이 아니다. 그들은 건물을 빌려 쓰는 처지에 있다. ‘임대’는 돈을 받고 자기의 물건을 남에게 빌려 줄 때 사용하는 단어다. ‘임대’는 건물 주인이 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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