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곤파스' 상륙, 그 긴박했던 순간들

2010.09.05 13:09:00


태풍 '곤파스'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 모 일간지는 1면 톱 기사로 '승용차 덮친 가로수' 사진과 함께 숫자로 제시하고 있다. 5명 사망, 51편 항공 결항, 157만 가구 정전, 185척 전복-참수, 2399ha 낙과 피해, 6233동 비닐 하우스 파손.

그렇다면 우리 학교의 피해 상황은? 소나무  두 그루가 쓰러지고 현관 천장 텍스가 10개, 옥상 차양 1개가 떨어져나갔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자연재해 발생 시 학교의 대처다. 언론을 보니 '목숨 걸고 출근, 등교' 를 지적하며 정부와 교육청, 학교의 우왕좌왕과 늑장 대처를 꼬집고 있다. 

정말 학교와 교육청이 맥 놓고 있었을까? 2일 아침, 필자는 06:00 기상,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아파트와 뒷베란다에서 보이는 도로, 뿌리가 뽑힐 듯 흔들리고 있는 나무들을 번갈아 보면서 학교 걱정과 등교하는 학생들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06:52.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우리 학교 운영위원장이다. 학부모 문의가 여러 통이 왔다고 전해준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교감 선생님과 의논하여 말씀드린다고 하였다. mbc 라디오에서도 시청자 문의가 쇄도하고 휴업과 등교 시각 늦추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06:55. 수원교육장으로부터 긴급 문자 메시지가 왔다. "학교장 판단 하에 휴교, 등교 시간 조정 등 긴급 대책 강구할 것. 교육장 김태영" 얼마나 급한 상황인지 짐작이 간다.

06:56. 우리 학교 교감에게 전화를 건다. "등교 시각 두 시간 늦춘다는 사실을 학년부장에게 전달하고 학년부장은 각 담임에게, 담임은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바랍니다." 학생들이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빨리 전달해야 한다.

06:58. 운영위원장에게 위 결정 사실을 통보하였다. 연락 받은 학부모에게 우선 전달하시라고 하였다. 그러면 그 분들은 또 연락이 닿는 이웃에게 전달할 것이다.

07:00 산남중 원순자 교장의 전화다. 원 교장은 수원시 중학교 교장협의회 총무 일을 맡고 있다. 필자는 교육장 문자 받은 사실과  '2시간 등교 시간 조정' 한 조치를 알려 주었다.

07:02. 서호초 김진용 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자 메시지 수신 사실과 우리 학교 조치 사항을 알려주고 초등학교도 함께 움직이자고 하였다. 김 교장은 학교 방송을 생각하고 있었다.

07:03. 교육장 문자 메시지 수신. 내용을 보니 방금 전에 받은 문자 내용과 같다. 확인용 문자 메시지로 재차 발송한 것으로 생각된다.

07:06 숙지고 권순일(전 서부지역 중심교인 고색중 교장) 교장의 메시지다. 김 교육장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9월 1일자 전보 발령을 받았지만 과연 책임감이 강하다. '2시간 등교 조정'이라는 답신을 보냈다.

07:07. 교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학부모에게 문자 메시지 발송 급합니다!"

07:10. 컴퓨터를 켰다.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탑재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아뿔사! 접속 불능이다. 이 중요한 순간에.

07:20 출근 가방에 우비를 넣었다. 학교에 가서 우중에 일을 하려는 것이다. 운동화를 신고 집에서 출발하니 도로에는 아파트 지붕 재료가 수 십개 널부러져 있다. 구운사거리 가로수 옆 버드나무가 쓰러져 차량 통행에 지장을 주고 있다. 서둔동사무소를 지나니 서울농생명과학대 미류나무가 쓰러져 도로 전체를 막았다.






대학교 후문쪽으로 우회하여 출근하였다. 학생들이 많이 나와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학생들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다 싶다.  교정을 둘러보니 교장실 옆 출입구 학교 소나무 두 그루가 쓰러져 있다. 그 외 다른 피해 사항은 보이지 않는다.

07:30. 교문 밖으로 나갔다. 등교길은 부러진 플라타너스 나무가 널부러져 있다.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우선 사람 통행이 가능하도록 나뭇가지를 한 쪽으로 치웠다.

07:40.특수학급 학생을 비롯해 남학생 2명의 등교 모습이 보인다. 2시간 등교 시각을 늦추었다고 알려주며 도서실로 가든가 귀가하도록 하였다.

08:00. 등교하는 학생들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교실에 있는 학생과 등교하는 학생들은 도서실에 모이도록 해 지도하고 있다고 교감이 보고 한다.

10:45-11:00 비는 그친 가운데 학생들 등교 모습이 비로소 보인다. 안도의 숨을 내쉰다.

이번 태풍이 교장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우선 학교장에게 정확한 판단력을 요구하고 있다. 비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일깨우고 있다. 그 다음이 신속성이다. 교장의 지시가 교감을 통해 부장교사에게 그리고 곧바로 담임들에게 이어져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 비상연락망도 늘 정비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이웃학교와의 동조다. 형제자매들이 함께 등교하는데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이웃학교 교장들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놓아야 하는 것이다. 평상 시 안면을 익히고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이번 곤파스 태풍, 피해만 준 것이 아니다. 정부와 교육청과 학교에 '평상 시 준비'와 '발빠른 대처 능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가을에도 한 두차례의 태풍이 수도권을 지나간다는 예보다. 피해 복구도 중요하지만 사전예방, 대처능력이 더 중요하다. 위기에 대응하는 학교의 민첩한 대처와 일사분란한 행동은 학부모에게 신뢰감을 준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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