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부터 6일까지 청주종합경기장 등 청주시 일원에서 '2010 청주성 탈환 축제'가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축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청주성 탈환의 역사를 되새기면서 일제에 의해 중단되었던 청주큰줄댕기기의 명맥을 잇는 소통의 축제였다.
임진년인 1592년 7월 그믐날 조헌 선생, 영규대사, 박춘무 선생이 이끄는 의병과 승병들은 왜군이 점령한 청주성으로 진군한다. 조총 쏘아대는 왜군에게 1차 공격은 실패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8월 초하루 다시 청주성을 공격해 밤새워 싸운 끝에 8월 2일(당시 양력 9월 6일) 왜군으로부터 청주성을 탈환한다.
청주성 탈환 전투는 임진왜란 당시 육지에서 승리한 최초의 전투였고, 관군이 아닌 의병과 승병으로 일궈낸 승리라 더 값지다. 청주성 탈환은 승리소식이 다른 지역의 의병과 승병들에게 알려지며 임진왜란의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반전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의미가 크다.
9월 5일 오후 1시경 청주성 탈환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청주 시민들이 중앙공원과 충북대학교 운동장으로 모여들었다. 나도 청주삼백리 회원들과 진행요원들이 나눠주는 옷으로 갈아입고 의병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햇볕이 따갑게 내려쬐는 한낮에 긴팔 옷을 입어 땀이 줄줄 흘러 내렸지만 행사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더위를 참을 수 있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이 임진왜란 당시의 의병과 승병복장을 하고 중앙공원과 충북대학교 운동장에서 3시에 출발해 상당구 주민들은 청주성을 한 바퀴 돌아, 흥덕구 주민들은 그 당시 의병들이 진군했던 모충고개를 넘어 청주종합경기장으로 향했다. 큰 깃발을 선두로 말을 탄 장군을 뒤따르는 관군들, 풍악을 울리는 사물놀이와 당시의 의병과 승병 복장으로 행진하는 사람들이 길을 메우며 4시 30분경 길이 140m, 높이 13m의 대형 걸개그림으로 당시의 읍성을 재현한 청주종합경기장에 도착했다.
행사에 참여하거나 관람하는 상당구와 흥덕구의 주민들이 속속 도착하며 종합경기장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상당구와 흥덕구 주민들이 줄댕기기를 하며 함께 어우러질 큰줄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비를 쏟아 부었다. 번개가 번쩍이고 폭우가 내렸지만 당시의 상황을 재현한 퍼포먼스들이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행사 진행자는 청주성을 탈환하던 418년 전의 그날도 이렇게 비가 많이 쏟아졌다며 분위기를 돋웠다. 우리의 선조들이 치열한 전투 끝에 청주성을 되찾았듯 비를 맞으며 열연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에 비장한 각오가 담겨있다.
그토록 바라던 청주성을 탈환한 시민들은 청주성을 재현한 종합경기장으로 입성해 기쁨을 나누며 안녕을 기원하는 제례를 올렸다. 정월대보름 무심천에서 행해지다 일제에 의해 중단된 청주큰줄댕기기가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날 시민들은 암줄과 수줄이 만난 큰줄을 댕기며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