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무공해 공간이어야 한다

2010.09.17 13:14:00

때로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중요하다.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의 부도덕성을 질타하던 눈총이 비리를 저지른 몇 명의 연예인에게로 향했다. 팬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지면 낙동강 오리알에 불과한 것이 연예인들의 인기인데 전해지는 소식대로라면 분수를 모르고 세상에 자기만 있는 양 안하무인이다.

오죽하면 중국을 오가며 무역업을 하는 전모씨가 ‘몇몇 연예인들이 자신들이 국민의 우상인줄 안다’면서 신정환을 도박 및 외환관리법, 여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것을 보며 배신감을 느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번에 신정환을 법으로 심판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언론이 더 문제다. 그들의 상식을 벗어난 엉뚱한 일탈이 뭐 그리 중요한가. 그까짓 작은 것들까지 속속들이 소개하며 국민들의 관심사를 그쪽으로 돌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고, 그래서 어떤 이득이 있다는 것인지 참으로 한심하다.

한심한 게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요즘 사랑의 동전모으기 성금가운데 30만원은 장학지도 교사 식사비, 50만원은 연구학교 교사 식사비, 20만원은 교사 여행경비 찬조비로 지원해준 초등학교 교장이 중징계를 받은 이야기가 TV, 라디오, 신문 등 각종 매스컴의 톱기사다. ‘초등교장, 코 묻은 돈 걷어 회식비로’ 등 매스컴에서 기사를 접할 때마다 같은 교원으로서 부끄러움이 앞선다.

학교를 운영하다보면 어려운 일이 많을 것이다. 많은 인원이 생활하는 곳이라 이것저것 신경 쓰면서 챙겨야 할 일도 수시로 생길 것이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 이번 사건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용도 외에는 절대 손댈 수 없는 돈이다. 이런 사건이 발생한다면 누가 학교를 인정하겠는가? 일반 학교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전체가 욕먹기 십상이다.

어느 사회든 관리자는 더 도덕적이어야 한다. 학교의 최고 경영자인 교장이 돈을 탐낸다는 그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교에 커튼을 납품하는 업체에서 20만원을 받고, 학교 교재 납품 업자에게서 250만원 상당의 음식 대접을 받은 교장을 누가 존경하겠는가? 수학여행, 수련회 등 학교행사 때 특정 업체를 선정해주고 돈을 받은 혐의로 150명이 넘는 전현직 초중고 교장이 무더기로 적발되는데 학교를 신뢰하겠는가? 어떻게 일부의 일이라고 변명만 하겠는가?

교육 현장인 학교는 언제나 무공해 공간이어야 한다. 그동안 교육계에서 힘들여 쌓아온 명성과 고귀한 인격은 돈 몇 푼과 바꾸며 지탄받을 대상이 아니다. 제발 미꾸라지 몇이서 전국의 학교를 시끄럽게 하지 말자. 전국의 교원을 부끄럽게 만들지 말자.

교육 현장에서 생긴 일이 교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화나게 만든다면 뭔가 크게 잘못된 일이다. 전모씨가 연예인 신정환을 고발했듯 학교 현장을 바로세우기 위해 흙탕물로 만드는 미꾸라지들을 교원들이 고발하지 말라는 법 어디 있나? 학교는 이제 이런 관심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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