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미정에서 축만제를 공부합니다"

2010.09.20 13:22:00

18일 토요일 13:30 서호중학교 1학년 11명, 2학년 3명, 지도교사 2명이 항미정(杭眉亭)을 찾았다. 이들의 손에는 쓰레기봉투가 들려져 있다. 그 속에는 서호천에서 주운 쓰레기가 담겨져 있다. 바로 '서호사랑 봉사학습 체험교실'에 참가하고 있는 중이다.

막바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땀도 식힐 겸 항미정에서 1시간 이상을 머물면서 서호(西湖)에 대하여 배운다. 정자에서 솔솔 부는 바람을 맞으며 서호를 바라보며 서호에 대하여 공부하는 모습이 새롭기만 하다.

서호는 서쪽에  있는 호수란 뜻이다. 그러나 서호 축조 당시 정조 23년(1799년) 처음 명칭은 축만제(祝萬堤)다. 축만제란 무슨 뜻일까? 학생들에게는 한자의 뜻을 중심으로 설명해 주었다.






다음은 필자의 해석이다. 조선시대 근본이 되는 산업은 농업. 훌륭한 임금은 백성들 하루 세 끼 밥 잘 먹게 하고 근심 걱정 덜어주는 임금 아닐까? 보리고개가 없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논농사, 죽 벼농사 풍년이 들게 해야 한다. 자연히 농업용수 공급이 최우선 과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인공 호수 축만제다. 축만제의 글자를 해석해 본다. '쌀 일 만 섬의 수확을 기원하는 제방' 다시 말해 풍년을 비는 호수다. 더 나아가 천 년 만 년 풍년이 들게 하려는 기원으로 이 제방을 축조한 것이다.

항미정에서 바라다 보이는 다리가 있는데 축만교(祝萬橋)다. 후세 사람들이 가설하고 붙인 것이다. 그러면 항미정은 어떻게 생긴 것인가? 순조 31년(1831년) 당시의 유수(留守) 박기수가 소동파의 시구(詩句) '서호는 항주(杭州)의 미목(眉目)과 같다'에서 따 온 것이다.

서호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수원팔경 중의 하나인 서호낙조(西湖落照). 요즘 학생들은 낙조의 뜻을 잘 모른다. 필자는 한자의 뜻풀이를 하면서 '해질녘의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서호낙조란 '노을에 여기산의 그림자가 호수에 비추인 모습'인 것이다.

여기산(如妓山)에는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육종학자 우장춘(1898-1959) 박사의 묘소가 있다. 당시 벼 신품종 개발을 비롯해 채소 원예의 신품종 개발로 가난에 찌든 우리나라를 벗어나게 한 구국의 인물이다.

축만교를 지나면 바로 제방이다. 이 곳에는 축조 당시 세웠던 축만교 표지석이 있다. 그러나 이것을 유심히 보고 지나치는 사람은 드물다. 교육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소중한 교육자료로 쓰인다. 200년이 넘은 비석으로서 소중한 문화 유적이다.

서호에는 서호에만 살았던 민물고기가 있다. 지금은 멸종되어 없지만 몸길이 5.5cm 정도로 잉어과에 속하는데 '서호납줄갱이'다. 멸종의 원인은 서호저수지의 오염과 홍수로 인한 제방둑 붕괴가 정해지고 있는데 전자가 유력하고 신빙성이 있다. 환경파괴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종(種)을 멸종시키는 것이다.

필자의 유소년 시절, 서호는 피서 공간이었다. 친구들과 저수지에서 수영을 하며 놀았다. 제방 둑 아래 물이 떨어지는 곳에서 떨어지는 물을 온 몸으로 맞으면 더위는 저만치 사라지고 만다. 그 분이 아니다. 서호천에서는 그물로 물고기를 잡아 천렵을 해먹으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게 바로 유년시절의 추억이다.

필자의 이야기가 우리 학생들에게는 먼 옛날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필자는 이 이야기를 서호사랑 참가 학생들에게 들려 준다. 우리 고장에 대해 안다는 것은 애향심의 출발이다. 애국심 교육,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애교심, 애향심이 바로 애국심이 된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오늘 참가한 14명의 서호중 학생들, 프로그램을 마치고 친구들에게 서호에 대하여 5분 정도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쓰레기만 주우러 여기에 온 것은 아니다. '서호사랑 봉사학습 체험활동'은 환경보전 활동을 전개하면서 서호에 대하여 공부하는 애향심 함양 프로그램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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