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경품 ‘날으는(?) 자동차’ 등장

2010.10.04 10:05:00

백화점 경품으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내달 진행되는 가을 프리미엄 세일을 맞아, 10월 한 달 간 전점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 72인치 3D LED TV 등을 제공하는 ‘세계 최초 경품’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기존에 볼 수 없거나 세계 최초의 수식어를 달 수 있는 상품들로 경품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1등 당첨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황금거북선, 롯데캐슬 아파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트랜지션’은 미국 테라후지아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 지난 7월 미국 연방 항공청(FAA)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큰 화제를 모았다. 트랜지션은 미국에서 경비행기로 분류돼 하늘을 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날개를 접으면 일반 자동차와 같이 도로를 달리고 차고에도 주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미국에서 예약 판매를 진행하고 있으며, 만약 당첨돼 이 상품을 선택했을 경우 수령은 2014년 말께 가능하다. 롯데백화점은 국내 등록 절차를 대행해주고, 항공 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운행에 필요한 제반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에 백화점은 신문에 전면광고를 하며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신문 광고에 ‘날으는 자동차’라는 표기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날으는’은 표기법이 잘못된 단어다. 여기서 ‘날으는 ~’은 맞춤법이 틀렸다. ‘나는 ~’이 맞다. 자동사 ‘날다’는 한글 맞춤법 제18항에 ‘어미가 바뀔 경우, 그 어간이나 어미가 원칙에 벗어나는 대로 적는다’는 규정이 있다. ‘날다’는 ‘나니/나오/나는’ 등과 같이 활용하므로 ‘날으는 ~’이 아니라 ‘나는 ~’이 맞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똑같은 활용을 하는 자동사 ‘놀다’를 예로 들어보자. 즉 놀이터에서 땀이 나도록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고 ‘놀이터에서 놀으는 아이들’로 쓰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역시 ‘놀다’도 ‘날다’와 같은 성격의 자동사이므로 ‘노는 아이들’이라고 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변에는 ‘나는~’ 이라고 써야 할 자리에 ‘날으는~’이라고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 극단 날으는 자동차(아동 청소년 뮤지컬단)
○ 2루로 날으는 이대형!(스포츠코리아, 2010년 9월 25일)
○ 광화문 상공 날으는 전투기 편대(머니투데이, 2010년 9월 24일)

대중가요 가사도 예외가 아니다. 자우림의 ‘매직카펫라이드’라는 노래를 듣다보면 ‘이렇게 멋진 파란 하늘 위로 날으는 마법 융단을 타고 이렇게 멋진 푸른 세상 속을 날으는 우리 두 사람~’이라며 오류를 범하고 있다.

우리는 일상적인 언어생활을 하면서 ‘난다 긴다 하다./나는 놈 위에 타는 놈 있다./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나는 새도 깃을 쳐야 날아간다.’라는 속담을 접할 기회가 있다. 이런 언어 표현만 익혀두어도 ‘날으는~’을 쓰기 전에 이상하다는 의심을 품게 된다. 그리고 국어사전만 찾아보아도 바른 표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렇게 계속 혼란스러운 언어생활을 하는 이유는 우리말의 오용에 대해 서로가 잘못된 관용을 베풀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의 오용은 부끄러운 것이라고 자각하고 우리 모두가 노력하야 한다. ‘날으는’은 표기도 잘못이지만, 음성언어로 표현할 때도 자주 실수한다. 언중은 대화 중에 ‘나는 자동차’ 혹은 ‘나는 전투기’라고 바르게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틀린 말처럼 느껴진다. 일반 언중만이 아니다. 방송에서 아나운서도 이렇게 말한다. 스포츠 중계 방송 중에 아나운서는 ‘오늘 선수들이 펄펄 날으는 군요’라며 말한다.
 
신문 광고도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광고라고 어법이 잘못되어도 된다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 또 아나운서가 우리말을 정확히 구사해야 하는 의무는 스스로 감당해야 할 형벌 같은 것이다. 대중 앞에 서는 아나운서로서 늘 조심하고, 또 준엄한 반성을 하는 직업 정신이 필요하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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