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브샤브’는 ‘샤부샤부’가 바른 표기

2010.10.22 08:01:00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KBS 2TV에서 오후 6시에 ‘리빙쇼! 당신의 여섯시’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프로는 김홍성, 이선영, 최동석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것으로 다양한 생활정보를 다루고 있다. 자칫 딱딱하고 뻔한 생활정보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풀어 시청자의 삶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프로는 요일별 섹션을 특화하는 것은 물론 아이템을 차별화, 전문화하여 심도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2010년 10월 18일도 건강 식탁 프로젝트라고 하여 매일 먹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특히 이 날은 갱년기를 이길 수 있는 음식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참돔을 살짝 익혀서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하면서 ‘샤브샤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냄비 요리의 하나로 얇게 썬 고기(주로 쇠고기)를 끓는 물에 데쳐, 양념장에 찍어 먹는 것이다. 이는 우리말 표기로 ‘샤부샤부(しゃぶしゃぶ)’라고 한다. 이 표기는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를 위한 공동위원회 제58차 회의(2004. 5. 28.)에서 결정한 내용이다. 이는 언중 사이에 ‘샤브샤브’로 굳어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도 한국어 표기의 기본 원칙인 소리 나는 대로(=소리가 들리는 대로) 쓴다는 사실에 충실하기 위해 ‘샤부샤부’를 택했다.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는 신문·방송의 보도에 쓰기 위하여 시사용어의 표기를 신속히 결정하기 위해 열리고 있다. 우리의 외래어 표기법 세칙에 맞는 표기를 결정하기 위해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는 고심을 많이 한다.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가 1년에 6번, 평균 잡아 대개 두 달에 한번 꼴로 열린다. 그러나 시사 보도를 통해 유입되는 수많은 외국의 인명, 지명, 단체명 따위에 일일이 때맞춰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위의 ‘샤부샤부’처럼 시기를 놓치면 부정확한 표기 ‘샤브샤브’가 세력을 얻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즉 ‘샤부샤부’는 바른 표기를 결정하기 전에 ‘샤브샤브’라는 표기가 전국의 음식점을 중심으로 정착을 해 버렸다. 이렇게 잘못된 표기가 정착된 사태에서 ‘샤부샤부’가 맞는 표기라고 공표하니까 언중의 저항감이 커진다. 따라서 외래어 표기는 도입과 즉시 심의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짜장면’이 ‘자장면’으로 돌아온 것처럼, 바른 표기는 계속 추진해야 할 과제다. 엄연히 ‘샤브샤브’가 잘못된 표기인데도 현실론을 앞세워 그렇게 가자는 것도 바른 태도는 아니다.

문제는 지금이라도 ‘샤부샤부’ 표기가 올바른 것이라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올바른 단어의 표기를 위해 관련 부처 및 학계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국립국어원은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의 결정 사항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으로 책임을 다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립국어원이 언론 기관에 협조를 구해 외래어의 표기가 새로 결정되면 널리 알리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이 날 방송 중에 참돔을 그대로 넣고 끓인 탕에 대해 ‘맑은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지리(ちり)’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보인다. 실제로 방송 중에도 아나운서는 ‘맑은탕’이라는 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음식점에 가면 ‘대구지리’나 ‘복지리’라고 써 붙인 것을 볼 수 있다.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하게 끓인 생선국을 ‘매운탕’이라 하는 데 비하여, 고춧가루를 쓰지 않은 ‘맑은 생선국(탕)’을 ‘지리’라고 부른다.

하지만 여기서 ‘지리(ちり)’는 사용하지 말아야 할 일본어이다. 일본에서는 냄비를 이용한 복 요리 등을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지리’ 대신에 ‘맑은탕’이라고 세심하게 고쳐 쓰면서 정작 중요한 ‘샤브샤브’는 검토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방송은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다. 모든 언중이 ‘샤브샤브’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방송에서 끊임없이 ‘샤부샤부’라고 바르게 표기한다면, ‘자장면’처럼 바른 표기를 찾을 날도 멀지 않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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