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합격했어! 으흐…"

2010.10.29 08:11:00

오늘 오후 갑자기 핸드폰이 울린다. 화면을 보니 '아들 이○○'이다. 첫마디가 "아빠, 나 합격했어!"이다. 그 다음은 합격의 기쁨에 넘치는 의성어 "으흐"가 계속 이어져 들려온다. 아들 스스로 얼마나 감격에 겨워하는지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그래 아들아! 대학 합격을 정말로 축하한다. 그 동안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애써 주신 담임선생님, 교감, 교장 선생님 찾아 뵙고 지도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 말씀 올려라."

우리나라에선 고3 학부모가 되어야 진짜 학부모라는 말이 있다. 그 만치 학부모로서 마음 고생이 많다는 말이다. 어찌보면 자식보다도 학부모가 더 마음을 졸인다. 자식 눈치보느라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고3 자녀가 두 명인 우리집. 9월 초중순(9.1-9.15)은 수시 원서 쓰는데 정력을 소모하고 추석 연휴기간(9.18-9.26)에는 탈진상태에 있는 아들을 보았다. 가속도를 붙여 수능 대비 공부를 해야 하는데 안타깝기만 하다. 수시 1차 합격(10.11) 후에는 교과면접, 입학사정관 면접에 대비하느라 온 신경을 쏟는다. 면접(10.16) 이후 약 2주 동안은 합격 여부 때문에 공부가 안 된다고 한다. 이런 자식을 지켜보는 부모 마음은 계속 애가 탄다.

수시 최종 합격 이후 수능을 대비하는 학생들과 어울려서 제대로 학교생활을 할 지 걱정이 된다. 대입 수시 일정이 고등학교 학사일정을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합격자들은 학교생활에서 겉도는 경우가 많다. 수능을 대비하는 학생도 이미 합격한 학생 때문에 심리적으로 방해를 받는다.

오늘 해당학교 홈페이지 입학 사이트를 들어가 최종 합격 여부를 조회해 보았다. 이름과 수헙번호를 넣으니 음악 'We are the Champion'이 힘차게 흘러나온다. 화면에는 'You are the Champion'이라고 되어 있다. 대입 합격 학부모로서 이어져 나오는 문장 하나하나에 주목이 간다.


성균관대학교 合格!!
축하드립니다.

고단한 수헙 생활
그러나 굴하지 않는 그대!

당신은 이제 자랑스러운 성균인입니다.

지금 門을 열 때보다
4년 뒤 門을 닫을 때가 더 눈부신 대학!

가장 바르게 성장하는 성균관대학교
여러분 꿈에 날개를 달아드리겠습니다.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들로부터 합격 전화 받았냐고 묻는다. "당신이 아들 합격시키는데 수고가 많았지!" 필자는 아내를 위로한다. 고3 자녀 비위를 다 맞추느라 고생이 많았다. 입학 설명회에 쫒아 다니고 자기소개서와 실적자료 조언해 주고, 면접 기출문제 뽑아주고, 면접관이 되어 질문도 하고….

합격의 주인공은 아들이지만 입시 뒷바라지에 학부모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체험하였다. 학교 교육을 100% 믿고 거기에 의지를 해야 하는데 실상은 사교육에서 해결책을 찾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학교와 담임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 깨달았다. 학교가 학부모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아들 학교 교장과 친분이 두터워 마음 속에 있는 말을 주고 받은 적이 있다. 모두 학교 교육을 살리자는 의도에서였다.

자정을 넘긴 시각! 아들의 방에서는 즐거워서 흥얼거리는 아들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원하는 대학과 자기 적성에 맞는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계열 합격이 그저 좋기만 한 것이다. 어려운 인생 관문 첫번째를 무사히 통과한 것이다. 앞으로 이보다 더 어려움이 많을 텐데 그 때마다 미리 대비하고 슬기롭게 잘 이겨내기 바라는 아빠의 마음이다.

"아들아! 대입 합격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고맙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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