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선생님을 때리기라도 했나요?

2010.11.09 11:14:00

주말에 결혼식이 겹치는 바람에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결혼날짜로 길일에 해당되는지 모르겠지만 유난히 결혼식 소식이 많이 들려왔다. 세군데를 다녀오고 나서야 정신을 겨우 차릴 수 있었다. 하기야 요즈음이 결혼철이니 두세군데 다니는 것이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바쁜 삶에 이런일이라도 있어야 예전의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두번째 결혼식장에서 거의 4년이상을 만나지 못했던 예전동료를 만났다. 오랫만에 만나서 기쁨이 두배였다. 어느새 주름살도 많아졌고 머리고 거의 백발이 되어가는 모습이 요즈음의 교직생활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식사를 하면서 그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도 놀랍다는 생각밖에 더이상 할 이야기가 없었다.

체벌금지가 시작된지 겨우 1주일 정도 흘렀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어느 교사가 수업을 하는데 한 학생이 자꾸 분위기를 흐리기에 몇번 주의를 주었는데 계속해서 무시하길래, 수업이 끝난 후 교무실로 데리고 내려와서 훈계를 하면서 야단을 쳤는데, 갑자기 그 학생이 '제가 선생님을 때리길 했어요. 아니면 욕을 했어요. 정말 왜 그러세요. 그냥좀 놔두세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주위에 있던 교사들이 듣고 야단을 쳤는데, 도리어 그 학생이 어이없다는 듯이 교무실을 나가버렸다는 것이다.

그일 이후에 결국 그 학교에서는 그 학생에 대한 징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학생들을 사랑으로 감싸고 지도하기 위해 매를 들었던 교사들이지만 이제는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그대로 교칙을 적용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 학교의 특성상 정서에 맞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일의 빈도가 갈수록 많아질 수 있기에 우려가 되는 것이다. 학생들을 엄격한 규정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은 교사들이라면 누구나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가급적 감싸안고 싶은 것이 우리나라 교사들의 정서일 것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처음부터 규정을 철저히 적용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는 형평성 문제등이 제기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학생들 지도가 정말로 어려워질 것이다.' 현재의 서울시내 학교들의 상황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설득력이 있다. 체벌금지조치가 내려진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서서히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런 상황을 이용하려 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체벌금지가 세계적 추세라고 하지만 그들의 정서와 우리나라의 정서는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사랑의 매를 비난하는 의견도 많지만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기본적인 사랑의 매는 존재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폭력과 사랑의 매는 구분이 되어야 한다. 폭력으로 인한 문제는 철저히 하되, 사회통념상 인정할 수 있는 정도의 체벌은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 체벌이라고 단정짓지 말고 많은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기본이 지켜지는 것이 더 우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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