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체벌은 독(毒), 적절한 체벌은 약(藥)
화요일 아침 직원조회시간,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도교육청에서 내려온 체벌금지에 따른 대체프로그램 연수가 실시되었다. 내용인 즉, 앞으로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모든 체벌 행위가 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교사 개인에게 그 이유를 물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체벌금지가 공론화됨에 따라 이에 따른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별 도교육청 체벌 대체 프로그램 예시 안에 따라 운영하고 있으나 이것 또한 현실과 동떨어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체벌을 찬성하는 일부 교사들은 상황에 따라 체벌이 약이 될 수 있다며 이 규정을 강도 있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리고 주먹구구식의 체벌 대체 프로그램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는 교사들도 있었다.
체벌이 필요할 때마다 기준안을 꺼내놓고 적용시키는 것도 모양새가 우습다고 본다. 마치 법 조항을 따지듯 아이들과 승강이를 벌이는 것 또한 교사로서 할 짓이 못 되는 것도 당연하다. 따라서 교사들은 기준안 자체를 확실히 암기하여 체벌이 필요할 때마다 조항을 제시하여 거기에 따른 벌을 줘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반복적인 수업방해와 교사 지도에 불응하는 아이에게 대체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방과 후 아이들을 남겨놓는 것도 문제가 많다. 교사는 그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퇴근도 하지 않고 남아 있어야 하며 심지어 그 아이들을 특별히 지도해야 하는 교사까지 배정해야 한다.
체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 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물어본 적이 있었다. 생각했던 대로 아이들 대부분이 체벌금지에 찬성하였으며 그 이유로 교사의 비인격적인 행동은 오히려 반성은커녕 감정만 더 상하게 할 뿐이라고 답하였다. 체벌을 찬성하는 소수 아이들은 말로 타일러 듣지 않는 아이들로 선의 피해를 보는 쪽은 늘 자신들이라며 그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적절한 체벌이라고 하였다.
꼭 체벌이 필요한 경우,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체벌은 반성문을 쓰는 것과 청소였다. 특히 본교와 같이 남녀공학인 학교에서 교실이나 교무실 등에서 손을 들고 서 있게 하는 체벌은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어 아이들이 그다지 좋아하는 체벌이 아니었다. 어떤 남학생은 우스갯소리로 그럴 바에 차라리 몇 대 맞는 것이 더 낫다고 하였다.
체벌금지가 법제화되어 시행될 경우, 학교마다 체벌은 감소하겠지만 교사에게 대드는 학생을 보고 화를 참지 못하는 일부 교사들이 언어 폭행을 일삼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교사의 언어 폭행이 체벌보다 더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졸업 후, 학교를 방문한 제자의 입에서 학창시절 내가 한 말에 상처를 입었다며 하소연하는 제자를 대할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든 적이 있다. 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제자는 세월이 지난 뒤에도 내가 한 말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 어떤 대책 프로그램을 제시해도 체벌에 대한 부작용은 끊이지 않으리라 본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마인드를 전환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한, 잘못된 생활습관이 결국 학교생활까지 이어져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장소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가 지나친 아이들의 행동은 수업방해, 교사 폭행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이와 같은 아이들에게 도교육청이 제시하는 대체 프로그램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학교는 도교육청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기보다 학교 실정에 맞는 대책 안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학생부와 상담부의 기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두 부서를 중심으로 문제아를 위한 집단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생활의 부적응이 곧 교사에게 좋지 않은 감정으로 대하게 되고 심지어 교사 폭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체벌금지의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따지기 전에 선행(先行)되어야 하는 것은 사제 간의 정이 아닌가 싶다. 소수의 학생들 아니 일부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마치 대한민국 모든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학교생활에서 체벌을 마치 필요조건처럼 여겨졌던 구세대도 체벌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바꿀 필요가 있고 체벌을 무조건 나쁘게만 여기고 있는 요즘 신세대도 체벌을 무조건 나쁘게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지나친 체벌은 독이 될 수 있지만 적절한 체벌은 약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