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없던 하루

2010.12.08 08:06:00

위태롭게 지탱해오던 교사의 권위가 학교에서 사라졌다. 체벌금지 이후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충격적인 일이 초ㆍ중학교에서 연달아 발생했다. 대부분의 교육자들이 예견하던 일이라 방지대책부터 세워야 하는데 교육발전을 부르짖던 사람들이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이제 교육은 백년지대계가 아니다.

사회적인 요구에 의해 결정된 사항에 교육자들이 왈가왈부할 틈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 교권이 추락하며 교육이라는 큰 대들보가 서서히 좀먹는 현실을 지켜보는 것도 힘이 든다. 뻔히 알면서 답답한 심정을 풀자고 바위에 달걀 부딪치기를 할 수도 없다.

교육자들끼리라도 뜻과 마음을 모으며 해결책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것마저 쉽지 않다. 사람치어 놓고 삿대질한 여교사가 비난받고, 여교사가 교실에서 자살한 사건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어 어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하루를 보냈다. 이 땅에서 교육자로 얼굴 들고 살아가는 것을 탓할 뿐 대책이 없는 것도 부끄러웠다. 모두가 스스로 교직의 위상을 떨어트리며 손가락질 받는 일이라 원망이 앞서기도 했다.

'여교사가 사람을 치어놓고 부축하기는커녕 삿대질을 하고 누군가를 불러오더니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교감승진을 위해 4년 전부터 근무평정으로 고심하던 여교사가 이번에도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자 교실 창틀에 스카프로 목매 자살했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르며 산다. 상황에 따라 경중이 다를 뿐 이해와 용서가 기본이다. 진실이 감춰진 경우도 있고 속사정이나 진위를 정확히 알지 못해 두 사건의 잘잘못을 얘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해진 사건의 전말로 보면 교육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물론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점수를 내어 승진을 결정하고, 관리자의 주관에 의해 일방적으로 평가되기 쉬운 구시대적 근무평정 제도에 문제가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 일로 담임을 맡았던 1학년 학생들이 받을 충격과 모든 교사들이 아이들 가르치는 것은 뒷전이고 승진에만 매달린다는 오해로 교육계가 받을 불신을 생각해봐야 했다. 승진에 신경 쓰지 않고 아이들을 사랑하는데서 행복을 찾는 교사들이 더 많다.

교육자도 평범한 인간이다. 하지만 학교 밖에서까지 일반인보다 도덕적이고 모범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받는 것도 사실이다. 학생들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가 바로 자신이며 누구에게나 희망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도덕불감증과 승진이라는 틀에 얽매인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 개인의 욕심이 문제다. 학생이나, 교육자나, 사회나 자신의 이익만 앞세우면 결국 고난의 길을 걷는다. 큰 틀에서 넓게 바라봐야 진리가 보인다. 그걸 깨우치느냐 그렇지 못하냐가 '늘 행복을 누리며 즐거워하느냐, 아등바등 몸부림치며 어려워하느냐'를 결정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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