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콘서트 관람 어떤가요?"

2010.12.24 08:11:00

오늘 자 지방 신문 교육관련 소식이 교육자의 고개를 떨구게 만든다. 기사 큰 제목이 "수능 끝난 高3 교실 ‘놀자판’ 파행수업 여전"이다. 소제목으로는 "'6교시 수업 의무화’ 말 뿐 TV 보거나 잡담하다 귀가" , "교사들 '통제 안 돼' 손 놔… 일부 학교 '단축수업 고려'"다.

기사 내용을 보니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경기지역 상당수 고3 교실의 ‘시간때우기식’ 파행수업이 올해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아침 일찍 학교에 등교하지만 기껏해야 영화를 보거나 잡담만 하다가 귀가 하고, 교사들도 아이들 지도가 어렵다며 수업 시간에도 교실을 비우는 등 신경을 쓰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자 3명이 출동, 현장 고교를 방문하여 관찰한 것을 그대로 기사화하였는데 3개교의 학교 실명이 그대로 노출되어 학교 명예가 많이 실추되었다. 이에 대한 도 장학관의 대안 제시도 나와 있지만 현장 여건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고입시험을 치룬 중학교도 그 정도보다야 덜하지만 거의 마찬가지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3학년을 위해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로맨틱 크리스마스 이브 콘서트' 원래는 24일(금) 오후 7시 30분 공연인데 우리 학교 3학년을 위해 23일(목) 11시에 공연을 하는 것이다.




장안구민회관 담당자와 연결이 되어 서호중학교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입장료 10,000원은 학교 단체여서 50% 할인 받고, 학교에서 3,500원 지원하여 주니 학생들은 1,500원만 부담하면 된다. 고전음악 연주회에 이 정도면 저렴한 가격이다. 연주 단체는 수원음악진흥원 현악 5중주팀이다.

공연 시기와 콘서트 내용이 딱 맞는다. 필자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중학교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 성탄절을 앞두고 음악회 관람은 더욱 뜻이 깊다. 어린 시절 음악적 감동이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장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콘서트 후에 귀에 익은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귀가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오늘 연주 곡목을 보니, 편곡한 크리스마스 캐롤 메들리 2곡, 영화음악 3곡, 탱고, 모짜르트 곡, 바하와 헨델 곡, 차이코프스키의 왈츠 등 귀에 익은 곡이 대부분이다. 연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연주자는 작곡가와 연주곡 해설이 곁들인다. 그 뿐 아니다. 영화 줄거리도 이야기 하고 현악 5중주 악기 설명도 덧붙인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교육이다. 게다가 연주곡에 맞는 화면이 뒷배경을 채운다. 귀만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눈도 즐겁게 한다. 기억에 오래 남게 하는 방법이다. 세심하게 신경을 써 준 장안구민회관 관계자가 고맙기만 하다.

연주 후, 시간 여유가 있어 필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방금 연주된 모짜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 뮤직'을 입으로 연주하니 학생들이 박수가 나온다. 지금 우리나라의 유명한 음악가들은 중학교 시절, 등하교 하면서 베토벤의 교향곡 1번부터 9번까지 입으로 흥얼거려 오늘에 이르렀다고 알려준다.

수원음악진흥원 최혜영 원장은 말한다. 중학교 때 음악회 관람이 인연이 되어 음악을 전공하고 지금의 음악가가 되었다고. 이재린 장안구민회관 관장은 클래식 콘서트가 학생들의 정서 교육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음악의 힘은 이렇게 위대한 것이다.

필자의 경우, 대학 방송실에서 클래식 음악을 가까이 하고 교단에 첫발을 디딘 첫 해에 누님과 함께 번스타인 지휘 뉴욕 필하모니의 내한공연을 세종문화회관에서 본 적이 있다. 당시 거금(?)을 들여 관람한 것이다. 그러나 수준 높은 음악을 접하니 돈이 아깝지 않았다.

오늘 콘서트, 중학생 대상이라고 대충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5명이 호흡을 맞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해설도 중학생 눈높이에 맞는다. 이게 바로 연주자의 바른 자세다. 참교육자의 자세와도 같다.

수능 이후 프로그램, 노력하여 찾거나 학교 자체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지역의 인적자원과 유대관계를 맺고 물적 자원을 발굴 활용하면 언론에서 지적한 등교  후 무의미한 시간은 없앨 수 있다. 학교의 교장과 교감, 3학년부장, 3학년 담임들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졸업할 때까지 그들에게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게 학교가 할 일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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