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따지고 보면 촌지가 유행하던 때나 지금처럼 철저한 단속으로 촌지가 거의 사라진 때나 촌지는 남의 일처럼 보였다. 서울에서도 교육여건이 안좋은 곳으로 따진다면 끝에서 따지는 것이 훨씬 빠른 곳에서 20년 이상을 재직해 왔다. 초임발령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다른 교육지원청으로 옮긴 적이 없다. 공납금을 못내는 학생들이 많은 학교, 수학여행비를 못내는 일이 간혹 발생하여 나중에 성인이 되어 갚기로 하고 대납해 주었던 학교 등에서 근무를 해왔다.
소풍때 김밥을 싸오는 학생이 거의 없는 학교에서 생활해 왔다. 소풍지에서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었던 기억도 난다. 그래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아이들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서비스로 온 군만두는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졸업한지 10년도 더 지난 제자가 찾아온 적이 있다. 중학교 시절 반장인데도 소풍때 선생님에게 김밥들 못 싸다 드려서 식사대접을 하기 위해서 왔다고 했다. 주로 그런 학교에서 근무를 해왔다.
언론에서 촌지 이야기가 나오면 '뭐 저런 학교가 다있나. 저 기사 정말인가.'라는 생각을 갖곤 했다. 수년전에 한 방송사에서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촌지를 받거나 학부모들로부터 식사대접을 받는 문제를 취재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일이 거의 없는 학교라고 대답했지만 기자가 찾아왔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해 주었지만 방송에 나오진 않았다. 기삿거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그 기자에게 한 이야기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교사들이 잘못하는 일만 기사로 내보내지 말고 어두운 곳에서 정말 열심히 하는 교사들 좀 찾아보아라. 촌지받는 교사 찾으려는 노력의 절반만 해도 훌륭한 교사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제발 그렇게 좀 해달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 기자는 웃으면서 그렇게 하겠노라고 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교사들을 비난하는 기사는 많이 접해도 교사가 선행을 했거나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사는 거의 접하기 어려웠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촌지의 기준을 3만원으로 못박았다고 한다. 어떤 경우라도 3만원 이상은 촌지로 본다는 것이다. 당연히 징계를 하겠다고 한다. 촌지받는 교사를 신고하여 250만원의 포상금을 타간 경우가 있다고 한다. 촌지를 준 사람이 친인척 관계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해당 교사는 상품권으로 받는 30만원을 돌려 주었지만 징계를 피해가지 못했다고 한다.
선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3만원 이하라도 몇번 받게되면 촌지 여 부를 따져서 징계를 한다고 한다. 규정을 어기면 당연히 징계를 받아야 한다. 학부모들이나 교사들 모두 촌지문제에는 냉정해 져야 한다. 아무리 댓가성이 없다고 해도 3만원 이상은 안되기 때문이다. 선물도 받지 말고 식사도 같이 해서는 안된다. 도리어 교사가 식사대접을 하는 편이 훨씬더 편할 것이다.
선물도 안된다. 만일 학부모가 음료수라도 사들고 오면 그것을 마시는 교사들은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한다. 3만원 이하라도 촌지인지 아닌지를 조사하여 징계하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올때는 반드시 빈손으로 오라는 안내를 해야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우리나라 정서상 빈손으로 오라는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학교의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규정이 있다면 당연히 지켜야 한다. 다만 교사들이 촌지를 받는지 암행감사를 실시하고 신고자에게 포상금까지 지급하는 것은 정서에 맞지 않는다. 당국에서 교사를 못믿고 학교를 불신하기 때문에 이런 방안이 나오는 것이다. 제발 학교를 좀 믿어 주었으면 좋겠다. 지속적으로 촌지를 받지 않도록 홍보하고 연수를 통해 촌지가 금지되도록 해야 한다. 청렴 연수를 더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불신을 조장하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교사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