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여행 <1>

2011.01.16 09:48:00

12월 29일부터 1월 7일까지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계획대로 여행을 하고 할인도 받기 위해 미리 계약을 했던 터라 떠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었다. 떠나기 일주일 전 여행이 불발됐다는 여행사의 연락을 받고 황당했던 경험이 있다. 그 후 해외여행은 여유 있게 날짜를 잡아 계약하고 준비한다.

여행을 떠나던 29일은 흰 눈이 온 세상을 동화의 나라로 만들었다. 마음과 달리 하는 행동은 늘 바쁘고 위태롭게 생활한다. 집 앞에서 택시를 탔는데도 청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인천공항으로 2시에 출발하는 우등버스에 간신히 탑승했다.

며칠간 전국에 폭설이 내려 길이 미끄러울까 걱정했는데 예정시간보다 빠른 4시 6분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다 한교투어의 김광용 팀장과 같이 여행을 떠날 일행들을 만나 수속을 밟고 면세점을 돌아봤다.

화려한 조명 아래 진열대의 물건들이 눈길을 끈다. 견물생심이라고 좋은 것 보면 갖고 싶고, 그걸 못 사면 괜히 기분만 상하게 되어있다. 말이 좋아 아이쇼핑이지 대충 눈도장만 찍고 우등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한 후 23번 게이트로 갔다. 서양의 젊은 연인들이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입을 맞춘 채 끌어안고 있다. 하기야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주위 사람 의식하지 않는 세상이라 특별한 일도 아니다.


우리를 태운 대한항공 KE121편 비행기는 예정시간보다 늦은 7시 40분경 불야성을 이룬 공항을 이륙해 시드니로 향했다. 비행기가 정상궤도에 접어들자 '지금 비행기가 고도 1만m, 시속 1천㎞로 비행중이며 시드니까지 안전하게 모시겠다.'는 기장의 인사말이 들려왔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항공사의 서비스가 최고다. 생수, 과자, 주스, 맥주, 식사가 연달아 이어진다. 여행 시 자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44C 좌석에 앉았더니 식당 바로 앞이라 스튜어디스들이 톱니바퀴처럼 짜인 생활을 하며 내는 소음을 들어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았다.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비행기의 운항정보를 확인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비행시간이 길다보니 지루하고 엉덩이가 아팠다. 오늘따라 기류가 불안정한지 비행기가 자주 흔들렸다. '승객여러분, 비행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자리에 앉아 좌석벨트를 매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여러 번 나왔다.


우리나라 시간은 오전 5시 3분, 오스트레일리아 시간으로는 7시 3분에 시드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뜨거운 열기가 몰려온다. 참 좋은 세상이다. 한파 속에서 떨며 우리나라를 떠났는데 10시간 만에 무더운 여름나라에 와있는 게 꿈이 아니고 현실이다.

시드니국제공항은 국가에서 개인은행에 판매해 좁고 서비스 수준이 낮은데다 연말연시를 맞은 사람들로 넘쳐나 수속이 더뎠다. 겨울 잠바와 바지를 반팔티셔츠와 반바지로 갈아입으니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졌다. 이쯤에서 오스트레일리아와 매력적인 미항의 도시 시드니에 대해 알아보고 여행에 나서는 것도 좋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입헌군주국가로 호주의 최고 통치권자는 명목상 영국의 왕이고 실질적인 최고 통치권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총리이며 수도는 캔버라이다. 세계에서 6번째이고 섬나라 중에서는 제일 크며 한반도의 약 35배나 될 만큼 면적이 넓고, 90% 이상이 사막이나 고원으로 이루어졌으며, 주요 도시들이 해변의 수목지대에 형성되어 전체 인구의 3/4이 동남쪽에 거주하고 있다. 나라가 넓다보니 같은 나라 안에서도 동부ㆍ중부ㆍ서부의 시간대가 다르고, 대륙이 남위 10.41°~ 43.39°에 걸쳐 있어 여러 개의 기후대를 가지고 있다. 사계절, 운전석과 자동차 운행방향, 변기의 물이 내려가는 방향 등 우리와 정반대인 것도 많다. 호주 달러인 1A$의 환율은 1250원 정도이며 사치품이나 기호품 등 공산품의 가격이 상당히 비싼 나라다.

시드니는 2000년 올림픽을 개최한 오스트레일리아 최대도시이자 경제·문화의 중심지로 세계 3대 미항인 시드니 항, 코발트 빛 바다와 어우러지는 오페라하우스, '코트 행어'라는 별명을 가진 하버 브리지가 위용을 자랑하며 아름답게 펼쳐진다. 시드니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1770년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 탐험대가 최초로 항만을 발견하고, 1788년 이민선단이 상륙하여 개척을 시작하였으며, 영국에서 끌려온 죄수들이 황량한 들판의 바위를 깨고 길을 만들고 교회와 관공서를 세운 역사를 알아야 한다. 시내에는 고층 빌딩이 빽빽이 서있으나 인구에 비해 땅이 넓어 공원과 녹지가 잘 조성되어 있고, 시내중심가를 벗어나면 본다이비치나 맨리비치 등 경치가 아름다운 해변에서 해수욕이나 서핑을 즐길 수 있다.

은종수 현지가이드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주차장에 대기하다 가이드의 전화를 받고 손님을 맞이하러 오는 시스템이라 관광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데 섭씨 30도의 태양빛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사막에서 열풍이 불어오면 45도까지 온도가 급상승하는 여름철이지만 그늘 속에서는 시원하다. 차에 오르자 가이드는 안전벨트부터 맬 것을 권유한다. 운전자의 면허를 취소시킬 만큼 안전벨트 미착용을 엄하게 다스린단다. 이곳에 있는 동안 차를 탈 때마다 가이드가 확인하는 게 안전벨트 착용 여부다. 드라이버를 캡틴으로 부르는데 우리 일행의 차를 운전한 캡틴은 에릭이다.


달링하버로 가는 차안에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했다. 겨울에도 잔디가 얼지 않는 곳이라 골프장을 많이 만난다. 영국인들이 세운 도시답게 도심과 농촌이 공존하는 유럽을 닮았다. 가이드로부터 바다 속의 산호 군락들이 해일 등 자연재해를 막아줘 동남부 바닷가에 도시가 발달했고, 오존층 파괴와 깨끗한 환경으로 자외선이 강해 다른 곳보다 피부질환 환자가 많다는 얘기를 들으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달링하버에는 국립해양박물관, 수족관, 컨벤션센터 등이 자리 잡고 있는데 방직, 곡물, 석탄을 운반하는 선박터미널이 있던 공업지대였다. 1984년 재개발을 시작해 우리나라에서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건국 200주년을 맞아 복합체건물을 설립해 더 의미가 있는 곳이다. 가까운 거리의 간이역에서 사람들이 연달아 타고내리는 모노레일의 넓은 통유리 창으로 10여분 동안 주변의 풍경을 감상한 후 오스트레일리아의 생태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드니 수족관으로 갔다.


달링하버 오른쪽 바다 밑으로 설계된 수족관은 바다 속의 신비한 모습을 실감할 수 있도록 약 5천여 종의 해양생물들이 대형수족관 및 50여개의 크고 작은 수족관에 전시되어 무시무시한 악어와 상어, 아름다운 빛깔을 지닌 열대어와 산호 등을 만난다. 주둥이와 발은 오리ㆍ몸통은 너구리를 닮아 가장 원시적인 동물이라는 오리너구리와 물풀을 먹고 몸길이가 3m나 된다는 바다소 듀공이 낮에는 활동하지 않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영국의 주택에서 유래한 이곳의 주택들도 우리나라의 전원주택과 많이 닮았다. 1870년대에 지어진 건물로 교민이 운영하고 아름다운 정원이 우리의 옛집을 닮아 정이 가는 에버튼하우스에서 스테이크로 점심을 먹었다. 파리들이 신경 쓰였지만 음식 등 입안으로 들어가는 것 가지고 장난치면 용서하지 않고, 살충제 뿌리는 것도 허가받아야 할 만큼 환경을 중요시한다는 게 부러웠다.

시내에서 서쪽으로 100여㎞ 떨어진 블루마운틴은 해발 1100m로 동고서저의 지형에 산지가 17%에 불과한 이곳에서는 꽤 높은 곳이지만 도로가 등성이로 연결되어 차안에서 오르막을 느끼지 못한다. 외길이라 차들이 병목현상으로 거북이걸음을 한다. 은종수 가이드는 이렇게 길이 막힌 것 처음 본다며 블루마운틴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그랜드캐니언으로 유네스코 지정 자연유산인 블루마운틴은 영국이 죄수들을 오스트레일리아로 유배하던 시절 원주민(에버리진)이 살았던 곳이다. 그런데 바써스트에서 금광이 발견되고, 1878년 카툰바에서 석탄개발을 시작하며 이곳으로 일확천금을 노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처음 이 길을 발견했던 3명의 탐험가는 마을명칭 앞에 이름이 들어갈 만큼 지금까지 존경받는 인물이다. 허물 벗는 나무 유칼립투스가 80%나 되는 산악지대이지만 현재 3만여 명이 거주하고 도시가스를 제외하면 평지와 같이 생활한다. 차창 밖으로 옛 탄광촌 카툰바마을의 숲에 둘러싸인 모습이 펼쳐진 후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세 자매 동상을 배경으로 추억남기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산 전체를 뒤덮은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분비된 수액이 강한 태양빛과 만나 푸르게 반사되는 높은 산 블루마운틴의 에코포인트는 세 자매 봉으로 유명하다. 케이블카 타는 곳에서 세 자매 봉과 절벽의 멋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러 가지 버전으로 변형되어 전해지고 있는 세 자매 봉에 관한 전설도 재미있다. 옛날 블루마운틴에 사냥을 하는 홀아비와 세 딸이 살고 있었다. 인간세상을 순찰하고 돌아오는 부하들마다 세 자매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자 마왕이 직접 인간으로 가장하고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마을사람에게 길을 물었다. 길을 알려준 후 마왕의 꼬리를 보게 된 마을사람들이 주술사인 아버지에게 자초지정을 이야기하였고, 아버지는 지팡이로 세 자매를 바위로 변하게 하여 숨겼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마왕이 아버지를 죽이는 바람에 세 자매는 주술을 풀지 못한 채 지금까지 바위로 남아있고, 아버지는 까마귀로 환생해 세 자매 봉을 떠돌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길게 줄서 한참을 기다린 후 케이블카(시닉센더)를 타고 계곡 아래로 내려가면서 산악관광이 시작된다. 숲은 웅장한 나무와 양치류 식물들이 만든 멋진 풍광이 중생대의 쥐라기시절을 연상시킨다. 향긋한 나무냄새가 코를 간질이는 숲길을 걸으며 산책을 하고, 옛날 석탄채굴 현장의 유적들을 둘러본 후 수직의 절벽을 탄광 레일을 개조한 궤도열차를 타고 올라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병목현상으로 차가 막히고 에코포인트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느라 시간이 늦어져 일정에 있는 동물원 관람은 다음날로 미루고 새우, 홍합이 주 메뉴인 뷔페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식당 앞 잔디밭에서 혼자 운동하는 노인을 구경하다 호텔로 향했다.


국민소득 5만 불이 넘는 나라답게 길가의 풍경과 사람들이 사는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범칙금이 주차위반 15만원, 신호위반 37만원이나 되어 경찰이 없어도 교통도덕을 잘 지킨다. 보행자는 신호등 아래에 있는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다 녹색의 걸어가는 모습이 신호등에 나온 후부터 적색의 정지한 모습이 점멸신호로 이어질 때까지 횡단보도를 건너면 된다. 보행자우선 횡단보도에 걷는 모습의 발과 다리가 그려져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가이드에게 오스트레일리아는 의료와 복지제도가 잘되어 있고, 여성과 장애인을 철저히 우대하며, 냉동선ㆍ콤바인 등을 세계 최초로 만들고, 주어진 임기가 끝나면 수상이 외상ㆍ사장이 공원으로 근무하고, 1.2차 세계대전ㆍ한국동란ㆍ걸프전ㆍ월남전 등에 군대를 보냈으며, 법으로는 철저히 금지하나 백호주의가 뿌리 깊게 존재하고, 주택의 가격이 바닷가는 몇 백억ㆍ해안에서 54㎞ 떨어졌지만 배로 시내 접근이 용이한 물가는 15억 정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호텔에 도착했다. 


방을 배정 받고 샤워를 한 후 시내구경을 나갔다. 일반 가게들은 대부분 일찍 문을 닫았고 9시 전에 백화점도 문을 닫는다. 밤이 되니 호텔주변 길가의 빈 공간이 노천카페로 변해 사람들로 넘쳐났다. 맥주잔을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젊은이들로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아내와 1시간 정도 산책을 하고 호텔로 돌아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의 여행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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