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표제어 신중해야

2011.01.18 09:49:00

최근 미디어의 발달로 신문을 구독하는 가구가 줄어들고 있다. 사회적 변화로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문은 아직까지 대중이 가장 신뢰하는 인쇄 매체다. 신문은 언론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서민에게 친숙하다.

그런 의미에서 신문은 국어정서법을 준수하고 나아가서 국민의 언어 사용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신문은 바른 언어 사용으로 국민의 창조적 사고력 증진과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2011년 1월 14일자 중앙일보 기사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보도에 의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불광동 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여성계 신년인사회에서 무상급식 논란과 관련해 “대기업 그룹의 손자·손녀는 자기 돈 내고 (급식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그런 사람들(그룹 회장) 손자·손녀는 용돈을 줘도 10만~20만원을 줄 텐데 식비를 공짜로 해 준다면 오히려 화를 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참석한 여성들에게 강화된 정부의 보육 지원에 대해 설명하다 얘기가 무상급식 쪽으로 흐르자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민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이 사실을 보도하며 기자가 사용한 표제어는 “대기업 총수 손주는 무상급식 화낼 것”이었다. 여기서 ‘손주’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 우리말은 ‘손자’ 혹은 ‘손녀’라고 해야 한다. ‘손주’는 ‘손자’의 잘못이다. 사전에 따라서는 ‘손주’가 경기도, 평안도, 황해도 지역의 방언이라고 하지만, 국립국어원 발행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용례도 보이고 있지 않다. ‘손자며느리’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손자의 아내’라고 풀이하고 있지만, ‘손주며느리’는 아예 볼 수 없다.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손자’ 대신에 ‘손주’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이에 대해 우리말에서 손자와 손녀를 아우르는 말이 없으니 ‘손주’라는 단어를 인정하자고 주장을 한다. 이는 손자와 손녀를 함께 쓰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손주’를 이미 그런 뜻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손자와 손녀’한 것에 대해 신문 표제어는 ‘손자’라고 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검증되지 않았다. ‘손자’ 대신에 ‘손주’라고 하는지, ‘손자와 손녀’를 함께 ‘손주’라고 하는지 정확하지 않다. 더욱 사전에 없는 말에 대해 현실론을 앞세워 사용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하물며 사전에도 잘못이라고 나와 있는 말을 신문 표제어로 사용하는 것은 더욱 피해야 한다.



중앙일보 2011년 1월 13일자 ‘구제역 확산 방지 - 수렵용 총기 사용 허가 않키로(21면)’라는 표제어도 눈에 보인다. 기사의 내용은 경기지방경찰청이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수렵용 총기 사용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표제어에는 ‘않키로’했다는 엉뚱한 표기가 있다.

이 표기는 오타 같다는 느낌도 들지만 기자가 표현을 몰라서 이렇게 썼다는 인식도 지울 수 없다. 즉 우리말에서 ‘ㅎ’과 ‘ㄱ’이 만나면 발음이 [ㅋ]으로 실현된다. 이는 말 그래도 발음일 뿐 표기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간혹 사람들은 발음을 표기에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위 경우도 이런 실수가 되풀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표제어는 신문 기사를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바쁜 사람은 신문을 제대로 못보고 표제어만 훑어보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표제어는 중요하다. 또 신문은 공적 공간이다. 신문이 사용하는 언어도 공통적 보편적 성질을 띠고 있어야 한다. 신문이 공적 언어를 통해 정보 전달을 하는 것은 맡은바 임무이자 사회적 약속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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