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존중 문화가 필요하다

2011.02.07 14:12:0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1년 새해 국정연설에서 또다시 한국의 교육을 거론했다.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한 대목에서 “부모 다음으로 아이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교사”라며 “한국에선 교사가 국가를 건설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 미국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교사를 대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대통령으로서 미국 사회의 분발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한국 교육을 추켜세웠다. 그는 미국 국민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이미 여러 차례 한국의 교육 경쟁력이 높다고 찬사를 보냈다. 한국의 예를 들어 교육 정책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 였다. 이러한 연설의 배경에는 오바마가 오늘날 한국의 위상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발전의 토대가 교육에 있었고, 교사가 중심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로 변했다. 정치적으로도 후진국에 머물러 있었다. 다행히 1960년대 이후 경제 부흥의 돛을 달기 시작했다. 비교적 순항을 하면서 경제 대국의 길에 올랐다. 드디어 2010년대 와서 우리는 OECD 국가 중 최고의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수출 세계 7위의 무역 대국이 되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교육의 힘이었다. 국가는 인적 자원을 중시하고 꾸준히 교육에 투자했다. 학교는 산업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했다. 우리 국민은 교육이 가난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디딤돌이라고 생각하고 열정을 보였다. 우여곡절과 험난한 여정이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경제대국과 함께 민주주의도 성공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21세기를 맞는 오늘 우리 교육은 위기의 그늘에 있다. 판단력이 없기 때문에 선거권도 안 주는 학생에게 무턱대고 교사를 평가하라는 권리를 주었다. 그러다보니 교육의 주체인 교사와 학생의 전통적 관계가 훼손되고 적대적 관계만 팽배하다. 교육청은 매일 교사의 학습권 및 생활 지도 요령까지 매뉴얼로 내려 보내고 있다. 언론은 일부 학교의 잘못된 현상에 집착하며 교사의 모습을 왜곡하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교사를 무시하는 풍토에서 교육 효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교육은 교실에서 이루어진다. 그 중심에 교사가 있다. 교사는 교육과 학습 목적, 방법, 내용, 자료 등을 체계적으로 전수한다. 학생은 이를 내면화시켜서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전적으로 전문직인 교사에게 맡겨져야 한다. 우리는 그들이 신바람 나게 가르치고 배우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교원평가 제도가 우리 교육에서 필요한 것처럼 떠들고 있는데 이는 착시 현상이다. 평가란 교육의 목적, 목표, 방침을 정해 놓고 그 방향으로 굴러가라는 소리다. 교사는 교육보다 평가 준비에 열을 올려야 한다. 학교평가 준비를 위해 실적을 만들어놓고, 개인 평가 준비도 해야 한다. 또 교사를 평가한다는 것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자율성 등 교육의 특수성을 무시하는 행위다.

세계는 교육의 질을 평가하고 교육의 질을 가지고 경쟁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전국 획일의 잣대를 들이대고 숫자놀음을 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이행하면서 계량의 시대에서 질의 시대로 바뀌고 있는데, 여전히 감독관청은 숫자에 몰입해 '차등 지원', '퇴출' 운운하고 있다.

물론 학교 현장의 교사와 교육 현실이 변해야 한다는 것은 움직일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변화는 기존의 사상, 지식 등을 수용, 발전시키는 참신한 방법이어야 한다. 무조건 과거의 형태를 부정한다고 좋은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 만드는 정책이 자유로운 정신과 창의성을 북돋우지 못한다면 그 또한 과거의 인습과 다를 것이 없다.

우리나라는 문민정부 이후 끊임없이 교육 개혁을 시도해 왔다. 민선 교육감 제도 이후 교육 개혁 폭풍은 더 거세게 불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이 만족하는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교육은 주체인 교사를 무시하는 정책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흐름은 중앙에서 지방으로, 지방에서 학교로 다시 교장에서 교사로 권한과 주도권이 옮겨가고 있다. 교육 수장이 아무리 뛰어난 정책을 선언해도 교육 구성원과의 합의가 없으면 정착하기 힘들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학교 현장에서 교육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강력한 교육 개혁 정책도 교육의 주체가 피동화 된다면 빛을 잃는다. 우리 교육에서 전체인 것처럼 보이는 인권이나 체벌 문제는 교육의 큰 그림을 흐리고 있다. 이거야 말로 학교에서 자연적으로 없어질 문제다. 그런데 여기에 집착하는 것은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게 되는 꼴이다.

교육의 모델을 외부에서 찾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핀란드와 미국에서도 답을 찾을 필요가 없다. 교사의 창의성과 전문성에 기대야 한다. 교사의 자발성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위로부터 강요된 교육개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교사가 학생 중심의 콘텐츠를 어떻게 만드는가에 지원을 해야 한다. 외부에서 디자인하는 교육은 학생과 교사에게 맞지 않는다. 교사의 열정과 꿈에 기대는 교육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은 교사를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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