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사용은 마음도 아름다워진다

2011.02.09 09:39:00

오늘날 사회는 국제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에 따라 외래어 사용이 빈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고 거기에 맞는 이름도 함께 들어오면 자연스러운 면도 있다. 외래어는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우리말처럼 쓴다. 이는 우리나라 말로 대신 할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할 수 있어 국어의 어휘가 풍부해지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외래어가 아닌 외국어를 사용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외래어는 외국어였던 것이 우리가 받아들여 그 사용이 허용된 단어이다. 반면 외국어는 다른 나라의 말이다. 중국어,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여러 외국의 언어들은 모두 외국어에 속한다.



외국어는 특별한 목적이 있어 공부한다. 일상 언어생활을 하는 데는 필요 없다. 그런데도 일상 언어생활을 하면서 외국어를 남발하는 것은 잘못된 습관이다. 외래어 수준을 넘어 외국어를 남발하는 분야가 의류 업계, 화장품, 홈 쇼핑 광고 등이다. 여기서는 아예 외래어가 아니라 외국어를 남발한다. 가요계도 노랫말에 외래어가 아닌 영어 사용이 부쩍 늘었다.

외국어 사용은 듣기에도 민망하다. 충분히 쉽게 다가오는 말도 영어를 써서 거북한 느낌을 준다. 강제 조항이 없다고 하지만 언론 매체의 외국어 남발은 지탄받아야 한다. 우리말로 표현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외국어를 사용하는 문제는 국어 전반을 흔드는 원인이 된다.

외국어뿐만 아니라 외래어도 가능한 한 우리말로 순화해서 사용하려는 습관이 필요하다. 깨끗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인 것처럼 국어를 바르게 물려주는 것도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주변에 외래어 간판도 우리의 언어 현실이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알 수 없는 외국어 간판을 달고 있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유식을 과장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과거에 한문을 많이 사용한 것처럼 지금도 영어 사용으로 교육 수준을 과시하는 것이다. 외래어를 사용하면 세련돼 보인다고 생각해 그렇게 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추세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 우리말 간판을 만나면 오히려 반갑다. 우리만의 정서와 느낌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말 간판은 당연한 것인데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일상생활에서 외래어를 우리말로 순화해서 쓰면 기분이 좋다. 공연장은 입장료가 자리에 따라 다르다. 즉 ‘VIP석, R석, S석, A석, B석’이 있다. 그런데 이 자리의 이름을 ‘으뜸 자리, 좋은 자리, 편한 자리, 고른 자리, 가장 자리’라고 표현하는 극장을 보았다. 앞에서 알파벳으로 표현한 자리 이름은 정확한 의미도 모르고 ‘R석’과 ‘S석’의 차이도 헷갈릴 때가 많다. 또 ‘A석’이 왜 나쁜 것인지 모른다. 뒤의 우리말 자리 이름은 듣는 순간 의미가 명확하게 다가오고 마음까지 배려했다는 느낌이 인다.

지구상에는 약 6,500여 종의 언어가 있다. 그 중에 한국어는 7,700만 명 정도가 사용한다. 이는 세계 지역에서 13위 정도에 해당한다. 한국이 비록 작지만, 언어의 위상은 결코 작지가 않다. 무턱대고 세계화 시대라고 해서 모국어를 버리고 영어 사용만 하는 것은 잘못이다.

말과 글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우리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어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고 있다. 우리 역사와 문화는 한국어에 의해 더욱 발전해 왔다. 우리가 우리말과 글에 대해 끊임없이 애정을 보이는 것도 훗날 역사와 문화에 대한 책임 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 문화적으로 영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우리의 언어 오염 상태가 심각하다. 우리는 환경 문제에 엄청난 돈과 정력을 쏟고 있다. 개발이라는 근시안적 사고방식에 대한 죗값이다. 언어에 대한 무관심도 환경오염 못지않은 피해를 준다. 실제로 최근 청소년의 언어생활은 급격히 비속어를 사용하고 그들의 정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언론 매체나 사회 지도층이 나서서 언어 순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외래어 사용을 포함해 청소년 언어생활까지 국민적 언어 순화 운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경제와 정치에 힘을 쏟으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다고 생각하는데, 바른 언어 사용도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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