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논술 폐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

2011.02.16 08:56:00

교육과학기술부는 2012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논술 시험을 실시하지 않거나 전형 비중을 축소하는 대학은 정부의 재정 지원 사업에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발표를 했다. 입학사정관제를 대표적인 대입 전형으로 정착시키고 사교육 부담을 줄여나가기 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이 같은 방향으로 내년도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의 평가 지표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과부 장관은 서울대 등 주요 대학 총장들을 일일이 만나 논술 등 사교육 전형의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입시 계획을 세워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서울대가 내년 입시 수시모집에서 논술 고사를 전면 폐지한다는 발표를 했다. 수시모집 취지에 걸맞게 학생과 학부모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킨다는 명분이었다. 서울대 총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는 대입 지원자의 부담을 경감시키면서 장기적으로는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입시”를 위한 선택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교과부와 서울대는 대입 논술이 사교육을 성장시키고 공교육을 왜곡시켰다는데 시각을 같이 했다. 실제로 논술시험이 갈수록 ‘본고사화’ 되면서 대입 준비를 위한 사교육이 팽창했다. 대입 논술은 학생에게 부담도 되었다. 학교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웠던 교육 형태였다. 이래저래 학생이나 학교로서는 부담을 덜었다는 측면도 있어 반길만하다.

그러면서도 교과부와 서울대의 이번 조치는 황당하다. 논술 시험은 고등학교 교육 방식까지 바꾸는 획기적인 대입 제도라고 자랑하더니 이제 와서 헌신짝만도 못하게 버리고 있다. 2008년도에 각 대학이 학생부 비중을 줄이고 논술 비중을 확대할 때도 학생의 부담이나 사교육 증가라는 여론이 있었지만, 대학은 객관식 위주의 우리 교육을 살리는 길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당시 대학은 논술 비중을 앞다퉈 늘리면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은 논술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강경하게 말하던 논리는 어디 가고 하루아침에 논술 시험을 버리는지 답변해야 한다.

논술 시험을 축소, 폐지하면 사교육이 줄어든다는 생각에도 동의할 수 없다. 실제로 정부의 생각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논술 시험 폐지는 절대로 사교육비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사교육비는 논술 시험 등의 제도 때문이 아니라 학벌 위주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느는 것이다. 

논술 시험이 우리 교육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측면도 있다. 논술 시험은 단편적이고 선택적인 학교 교육의 방향을 넓게 열었다. 수험생은 논술 시험 준비를 하면서 폭넓은 학습은 물론 사고력, 분석력, 창의력, 표현력 등의 다양한 능력이 향상되었다. 또 논술 시험이 여러 해 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문제가 정교해지면서 대학수학능력의 핵심인 읽기, 쓰기 등의 능력이 향상되면서 대학 교육도 효율적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필자는 논술 시험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논술 시험은 순수하지 않은 면이 있었다. 즉, 서울대를 비롯한 중상위권 대학이 국·영·수 형식의 대학별고사를 보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교과부는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 등을 이유로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고 버텼다. 그래서 양쪽이 합의한 것이 논술 고사였다. 논술 고사는 고등학교 교육의 핵심이 아니라, 서로 입장이 다른 기관이 차선책으로 내놓은 타협의 산물이었다. 또 논술 시험은 서울 중상위권 대학에서 실시하는 입학시험이었다. 소수 대학을 위한 소수를 위한 제도였다. 논술 시험은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가 감당해야 할 이유가 없었던 문제다.

지금까지 우리는 어땠는가. 논술 교육이 모든 교육의 핵심처럼 떠들었다. 전문가들도 언론에서 마이크만 들이대면 논술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문들도 아예 정기적인 논술 특집에 논술 매거진을 발행했다. 그런 영향으로 동네 조그만 학원까지도 초등학교 논술 교육에 몰입했다.

교과부의 입시 논술 폐지 권고와 서울대의 논술 고사 전면 폐지 정책은 갑작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어느 정도 필요성이 있는 논술 교육을 그냥 버리지 말고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대안으로 논술 교육을 대학에서 스스로 담당할 것을 요구한다. 고등학교에서 하는 대입 논술 준비는 대학 입학 후 대학 학습과 연계되는 면도 없어 교육적인 면에서도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논술 준비는 그것이 목적이 되어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는 등 교육적 효과도 왜곡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대학에서 교양과목부터 전공과목까지 논술 강좌를 개설하여 체계적으로 교육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교육적일 것이다. 논술 전문가인 교수들과 대학의 제반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교육도 용이하고 효과도 크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그동안 양적 팽창을 거듭하면서 몸집은 키울 만큼 키웠다. 이제는 내면을 키울 때다. 이 내면을 키우는 방법 중에 하나가 대학이 논술 교육을 하는 것이다. 대학이 우수한 학생만 뽑으려고만 했는데 이제 우수한 교육에 집념을 보여야 한다. 대학이 논술 교육을 떠맡겠다고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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