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학력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학부모님이 오셔서 처음부터 끝까지 학력에 대한 이야기만 나누는 경우에는 댁의 자녀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바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게 됩니다.
사실 학교 교육이란 학력만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되지 않습니까? 사실 요즘 도시지역의 학교에서는 학교에서 교과서를 가르치지 않아도 모르고 지내는 아이가 별로 없을 만큼 사교육에 맡겨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담임이 "알고 있지?"하고 넘겨 버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학교에서는 학교 나름대로 정상적인 교육과정에 의해서 운영이 되고 학습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본학력을 갖추는 것은 게을리 하지 않고, 따르기만 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다 배울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을 데리고 공부, 공부한다면 그것도 문제일 것입니다.
초등학교는 사회생활을 위한 기초기본을 익히는 곳입니다. 그래서 교과서의 내용을 배워서 익히는 것 이외에도, 바른 인성교육 , 질서교육, 예절교육, 진로교육 등의 사회 적응을 위한 교육, 장래를 위한 교육 등에도 적지 않은 관심을 가지고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의 지식이라는 것은 중등학습을 위한 기초, 기본 교육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초등학교에서는 이 학습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교과서 내용을 달달 외우는 방식보다는 차라리 운동장에서 또는 마을에서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 줄 알고, 남을 배려하고 남과 협의, 협상을 할 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기초를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새 담임과 의논을 할 때에는 성적이 어떤가에 너무 관심을 가지고 매달리지 말고, 자녀의 바른 인성이나 특기, 적성을 살리는 길, 그리고 고학년이라면 장래의 진로 문제 독서습관의 형성 등을 가지고 함께 의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입니다.
새 담임께 진정으로 자녀를 사랑하고 염려하는 부모님의 모습은 학력만 따지는 것보다는 자녀의 행동 특성을 알고 그에 대해 바르게 고치거나 키워 가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일, 특히 자녀의 고쳐야 할 부분(행동이나 학력, 습관)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앞으로 서로 함께 노력할 점 등을 의논한다면 선생님도 부형님의 관심사항 무엇이며 어떤 방법으로 자녀를 대해야 하며, 관심을 가지고 보아 줄 것인가 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의견을 나누어서 진정으로 자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인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학부모님과 선생님은 교육 용어로 '레포'(서로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이 통하는 관계)가 성립 되어서 언제라도 자녀의 문제에 대해서 서로 의논하고 함께 가르치고 고쳐 나가고 길러 나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흔히 선생님을 처음 뵙는 자리에서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신다면 무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새 학년 동안 일년 내내 자녀를 데리고 생활을 해야 하는 선생님께 이제는 감추고 거짓말을 하여서 자녀를 잘 보이게 한다고 해서 자녀를 바르게 잘 기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솔직하게 모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혹시 마치 '바르게 고백하라' 든가 '이실직고 해'라는 식으로 받아 들였다면 대단히 죄송스럽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담임이 가정 방문을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사실 가정 사정을 거의 모르고 1년간을 자녀를 맡게 되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자녀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면 자녀의 장단점을 감추거나 미화해서 말하는 것으로는 자녀 지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 위한 것입니다.
선생님이라는 생각으로 어렵게만 생각하기보다는 내 형제나 친구라고 생각하고 진정으로 자녀를 사랑하여서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를 의논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