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등급과 재이수

2011.02.21 09:11:00

앞으로 중,고등학교에서도 'F'등급을 받게 되면 해당과목을 재이수해야 한다. 일정비율 존재하는 부진학생을 구제하기 위한 방안이다. 기초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2중의 고통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방안이다. 기초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비율을 조금이나마 줄여 보고자 한 것이 F등급을 받은 경우 재이수를 시키는 방안이다.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실 일선학교는 기초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은 학습의욕이 거의 없이 매일같이 시간만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녀의 학습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어떻게 손을 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진학생 지도를 위해 일정수준 이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과정을 운영하지만 참여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중학교 이상의 학생들은 자신이 학습부진아라는 오명을 씻기위해 노력하는 경우보다는 숨기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같은 학급에서는 서로의 성적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잘하는 학생, 잘 못하는 학생이 어렴풋이 분리되어 있지만 정확한 사정은 아주 가까운 친구나 되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학습수준에 대한 이야기는 담임교사도 쉽게 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때문에 부진학생 지도과정을 개설해도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하다. 억지로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 지나면 또다시 나타나지 않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그나마 몇명 참여하는 학생들은 성격이 좋은 학생들이다. 성적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학생들로 볼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F등급을 받는 학생들에게 재이수를 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 재이수를 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일부 언론에서는 재이수를 하지 못하면 졸업을 못한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재이수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졸업을 할 수 있다. 단 1회만 재이수를 하도록 했기에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재이수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재이수를 위해 재수강을 택했지만 계속해서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졸업의 문제가 아니다. 재이수를 안 해도 된다거나 재이수를 통과하지 못해도 졸업하는데 지장이 없다는 의식이 팽배하면 도리어 지금의 특별보충과정 운영보다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물론 재이수를 통해서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수준을 높인겠다는 취지는 백번 옳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갔을때의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좀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했다. 가령 재이수를 통과하지 못했을 경우에 학생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방안이 나왔어야 한다. 졸업을 유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특별과정을 상시 운영하여 재이수를 하면 바로 졸업시킬 수 있는 방안등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할 경우, 상급학교 입시제도와도 연계가 되어야 한다. 3월이나 4월에 졸업하는 학생들을 위한 상급학교의 교육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상급학교에서 바로 특별과정에 들어가서 일정기간 이수하면 보통학급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어쨌든 현재 발표된 방안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조금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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