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왕암공원과 자수정동굴나라

2011.02.27 20:44:00

집 떠나면 고생이다.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잠자리도 불편하다. 그런데 왜 돈 버리고 몸 고생하며 여행을 떠날까? 짧은 기간이지만 짊어진 짐 훌훌 벗어던지고 자유를 누리는 그 자체가 인생살이고 삶의 활력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은 고생을 해도 즐겁다.

11일 저녁 1박 2일 여행을 하기 위해 처가 식구들과 청주에서 울산으로 향했다. 여행지를 정한 뒤 동쪽 바닷가 지역에 눈이 많이 내린다는 예보 때문에 신경이 쓰였지만 따뜻한 기후가 눈을 비로 만들어 가는 길의 도로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청주에서 울산까지는 먼 거리라 밤늦은 시간에 이질녀가 살고 있는 울산 남구의 세양청구아파트에 도착했다. 어른들은 모두 돌아가셨지만 남매 간에 정을 나누며 핏줄을 확인하는 자리라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내륙도 사람들이 바닷가 도시에 왔다고 회와 대게가 푸짐하게 차려졌다. 안주 좋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니 창밖이 온통 눈 세상이다. 다른 곳에서는 흔한 적설량이지만 눈이 내리지 않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색다른 구경거리란다. 찬바람 때문에 볼이 따가웠지만 밖으로 나가 아파트 주변과 태화강변을 거닐었다. 눈길에서 거북이걸음을 하는 차량들, 눈을 뒤집어 쓴 자전거와 오토바이, 물위를 나는 철새가 만든 풍경이 을씨년스럽다. 그래도 집 앞 도로를 쓰는 아주머니, 아파트 입구의 눈을 치우는 경비원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아침을 먹고 주차장이 된 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현대자동차,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을 지나 동구 일산동에 있는 대왕암공원으로 갔다. 공원에 도착하면 수령 100년이 넘는 1만5000그루의 아름드리 해송들이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송림이 끝나는 지점에 1906년 동해안에서는 처음 세워진 높이 6m의 울기등대가 있다. 1906년 일본인들이 붙인 한자 표기 '蔚岐'는 2006년 울산의 새로운 기운을 염원한다는 뜻의 '蔚氣'로 바로잡았다. 




같은 이름을 가진 대왕암이 우리나라에 두 곳에 있다.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의 문무대왕 수중릉 대왕암은 문화재이고, 울산 동남단의 동해 쪽으로 뾰족하게 나온 지점에 위치한 이곳의 대왕암은 신라시대 문무대왕의 왕비가 바위섬 아래에 묻혔다는 전설이 있는 명승지이다. 철교로 연결된 웅장하고 멋진 바위들이 파도가 만든 포말과 어우러지고 송림 아래편으로는 해안선을 끼고 기암괴석들이 펼쳐져 독특한 바다 풍경을 연출한다.

사금을 채취했다는 크고 작은 5개의 바위를 일컫는 사근방, 생김새가 거북이와 같아 옛부터 재복을 기원하던 거북바위, 갓 속에 쓰는 탕건을 닮은 탕건암,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형상의 할미바위(남근암) 등 암석의 모양과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계획했던 여행지를 취소할 만큼 눈길에서 지체한 시간이 길었다. 대왕암공원에서 가깝고 매년 9~4월에는 각처의 어선들이 운집하여 근해어업의 근거지가 되는 방어진항과 울산을 대표하는 생태공원으로 태화강을 따라 대나무밭이 십리에 걸쳐 펼쳐 있는 십리대밭은 다음에 들리기로 하고 울산고속도로를 달려 자수정동굴나라로 갔다.




울주군 삼남면에 위치한 자수정동굴나라는 세계적인 자수정 산지인 울주군과 언양읍 일대에 있는 100여 개의 자수정 광산 중 폐광을 관광지로 개발한 동굴공원이다. 실내온도가 10~14℃로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동굴의 특성을 이용해 2.5㎞ 길이의 동굴 내부에 자수정 전시관, 독도관, 인류변천사관 등의 전시관과 인도네시아 원시부족 풍물전 등을 운영한다. 동굴 내부의 물길을 보트를 타고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동굴 밖에 사계절 썰매장과 폭포 등 볼만한 구경거리가 있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여행지이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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