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 걸으면 분위기 색다른 청남대

2011.03.02 10:57:00


지난 2월 19일 청주삼백리 회원들이 대청호반에 자리잡고 있는 청남대(http://chnam.cb21.net)에 다녀왔다. 청주와 대전에서 가깝고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문의IC를 나서면 청남대 가는 길과 연결되어 찾아기기도 쉽다. 겨울이라 날씨가 을씨년스러웠지만 자가용 출입을 제한하는 제1문을 지나면서 대청댐이 만들어낸 풍경과 구불구불 이어진 백합나무 가로수길이 인상적이다.


청남대에 도착하니 휴일인데도 관리사업소 장화진 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따뜻하게 맞이해준다. 옥상에 하늘정원이 있는 대통령역사문화관 앞에 모여 탐방에 관한 안내를 듣고 하나라도 더 보고 느껴 청남대 활성화 방안을 찾아보자는 다짐을 했다.


잘 알고 있는 청남대에 대해 알아보자. 청남대는 대청댐 부근 약 55만 평에 지은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남쪽의 청와대를 뜻한다. 제5공화국 때 지어진 후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며 여러 가지 소문으로만 존재하다 1999년 7월 1일 전경이 사진으로 처음 공개되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곳이기도 하다. 청남대는 1983년부터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식 별장으로 이용되며 공식휴가나 비공식적인 휴식을 위해 다섯 분의 대통령이 88회 이용했을 만큼 자주 찾았고, 휴가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정국구상이 있을 거라는 의미에서 청남대 구상이라는 정치용어가 생기기도 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자주 애용하던 청남대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 정부에서 충북도청으로 주인이 바뀌며 20여 년간의 베일을 벗고 2003년 4월 18일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 




사실 이번 탐방의 목적은 청남대 관리사업소에서 만든 산책로를 걸으며 청남대의 색다른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이다. 봄이면 철조망 너머에 배꽃이 하얗게 만발하는 배나무 밭 산책로는 645계단의 나무데크가 초입부터 전망대까지 가파르게 이어져 숨을 몰아쉰다. 자연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전망대에 오르자 청남대 본관과 골프장, 대청호와 신탄진, 대청댐과 다람쥐절 현암사, 문의대교와 양성산이 한눈에 보인다. 산불감시 요원 할아버지는 비가 내린 후 대청호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최고의 볼거리라고 자랑한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대통령을 경호하느라 설치되었던 초소와 철책을 수시로 만난다. 역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시대에 맞게 조명하느냐가 중요하다. 이것들이 역대 대통령이 편안히 휴식할 때 잠 못 자며 고생했던 군인들의 유물이다. 그래서 당장 없애거나 역사의 유물로 남기자고 섣불리 얘기하기 어렵다.


청남대의 주요 시설로는 본관을 중심으로 골프장, 그늘집, 헬기장, 양어장, 오각정, 초가정 등이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서면 김대중 대통령과 이휘호 여사가 호수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다는 초가정이다. 호숫가에 솟대가 서있고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에서 가져왔다는 어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조깅을 하던 마사로를 따라 대통령을 경호하던 선박전시장을 지나면 역대 대통령들의 동상이 서있는 대통령광장이다.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꿈을 키우고, 어른들은 '조형물이 실제 모습을 빼닮았다.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는 뻔뻔한 사람은 마음이 편해 얼굴이 패둥패둥하다. 빼돌린 재산 조카에게 빼앗기고 재판하는 사람은 우울해 보인다'는 등 마음속 얘기를 털어놓으며 스트레스를 푼다.

정적이던 청남대에서 유일하게 물소리를 내며 활력소 역할을 하던 작은 연못을 지나면 골프장을 따라 메타세콰이아가 길게 늘어선 마사로에 자전거 타는 노무현 대통령, 독서하는 김대중 대통령, 조깅하는 김영삼 대통령, 골프치는 노태우 대통령, 산책하는 전두환 대통령의 조형물을 차례로 만난다.

개방 전에는 대통령 내외가 이곳에 왔을 때 나각을 불면 호수에서 놀던 오리들이 모두 날아오도록 훈련돼 있었다. 2003년 초, 정부에서 국민의 품으로 돌려준다는 발표가 있고 충북도청의 민관 인수팀이 이곳을 방문했었다. 그때 군인이 나각을 불자 튀밥을 든 병사를 향해 일사분란하게 열을 지어 몰려오던 오리들의 모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점심 식사 후 어울림마당에서 선장으로 대양을 누볐던 이감섭 회원에게 바다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선장은 선원을 대신해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책임이 막중하고, 아덴만과 호르무즈해협에서 고기잡이를 하려면 미국·영국·프랑스·당사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육지에서 12해리 이내는 접근 금지구역이지만 고기떼를 쫓다보면 법을 어기는 경우도 있단다.


문의면민들의 마음이 담긴 돌탑, 멋스러운 반송, 헬기장을 지나면 청남대 본관이다. 실내화로 갈아 신고 화살표를 따라가며 대통령들이 사용하던 방과 집기를 구경할 수 있다. 철쭉 등 봄꽃들이 만발하면 청남대에서 최고 어른 220년 생 모과나무가 서있는 정원의 풍경이 볼만하다.


보고 있을수록 품격이 느껴지는 오각정에서 음악분수가 있는 양어장과 대통령역사문화관으로 호반 산책로가 이어진다. 가끔 나타나는 철조망도 호수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은 막을 수 없다. 차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는 청정지역 청남대에서는 올레가 부럽지 않다. 두세 명이 도란도란 세상얘기하며 인생을 깨우칠 수 있는 최고의 산책로를 걸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여행이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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