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말 기술] ⑤교사를 지키는 말하기 기술

2025.11.06 15:49:46

교실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발생하면 교사는 학부모와 상황을 공유해야 합니다. 이때 다소 긴장도 되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걱정도 됩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실제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도 하고, 오히려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이라고 부르기엔 살짝 애매한 데다가, 정식 사안 조사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학부모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죠. 이럴 때 교사는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요? 각별히 주의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공감과 존중 표현 사용

 

먼저 주의 깊게 듣고 짧게 공감합니다.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왔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의 깊게 듣는 것입니다. 어떤 말을 하려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만 그에 맞는 대응도 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의 이야기를 경청한 다음엔 짧은 공감이나 존중 표현을 해줍니다. 간결하게 ‘많이 놀라셨겠네요’ ‘저도 이런 일이 있어서 마음이 안타깝네요’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학부모의 당황하고 놀란 감정을 인정하고 존중하되, 교사 자신의 판단이나 해석은 덧붙이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지나치게 긴 공감은 오히려 나중에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필요하다면 부드럽게 선을 긋습니다. 공감 표현 후에는 부드럽지만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교육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요구나 무리한 요청까지 수용하다 보면 교사가 이 과정에서 소진되고 오히려 학생 지도에 어려움과 혼란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사실을 이야기하거나 현실적으로 수용이 어려운 요청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어렵습니다"라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날짜, 시간, 장소, 목격자가 명확한 객관적 사실만 전달하면서 부드럽게 선을 긋는 것입니다.

 

이때 특별히 주의할 점은 학생의 감정을 교사가 해석해서 전달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우가 많이 속상해했어요"가 아니라 "지우가 '속상하다'고 말했습니다"로 전달하는 식입니다. "화가 많이 난 표정이었어요"보다는 "얼굴이 붉어지고 주먹을 쥐고 있었습니다"처럼 관찰이 가능한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구체적 사실을 근거로 대화

 

구체적인 관찰 기록으로만 이야기해야 합니다. "평소에 자주"라는 표현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표현입니다. 이보다는 "지난주 월요일 3교시, 수요일 점심시간, 금요일 청소 시간에 제가 직접 보았습니다"라고 구체적 사실을 근거로 말하는 것입니다. 교사 수첩이나 스마트폰에 날짜, 시간, 장소, 내용을 간단히 적어두면 됩니다.

 

다음으로는 교육적 지도 방향을 나눕니다. 객관적 사실을 전달한 후에는 어떤 방향으로 지도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일방적 통보보다는 학부모의 의견을 구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학급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우도록 도와주려고 합니다. 어머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처럼요. 이처럼 학부모를 교육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우리 아이만 나쁜 아이 취급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려면 아이의 성장과 배움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제안 형태의 해결방법 제시

 

마지막으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해결 방법을 제안합니다. 명령이 아닌 제안의 형태로 제시합니다. "민준이와 따로 이야기를 나눠서 친구를 배려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다음 주 학급 시간에 친구 관계에 대한 활동도 해보려 합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날짜나 방법을 제시하면 학부모는 교사가 관심을 갖고 아이를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는 부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드시 이렇게 하겠습니다"보다는 "이렇게 해보려 합니다"처럼 유연한 표현을 쓰는 것도 좋겠지요.

 

이 네 단계를 거치기 전에, 학부모와 통화하거나 면담하기 전에는 몇 가지 확인해두는 게 좋습니다. 누군가 직접 목격한 사실인가? 구체적인 날짜, 시간, 장소를 말할 수 있는가? 다른 목격자나 증거가 있는가? 판단이나 추측이 섞여 있지는 않은가? 학생의 감정을 내가 해석한 부분은 없는가? 등 다섯 가지를 점검합니다. 이러한 객관적 사실만 간추려 메모한 뒤 이야기 나누되, 꼭 해야 할 말만 추려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교사 자신을 보호하는 동시에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공정한 태도입니다. 충분히 공감하고, 명확한 사실을 전달하되, 교육적으로 기대하는 바와 앞으로의 대응전략 등을 이야기 나누면서 교육적 방향을 함께 모색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 과정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교사에게 꼭 필요한 말하기 기술입니다.

 

김성효

전북 군산동초 교감

상처받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는 교사의 말 기술 저자

김성효 전북군산동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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